이명박 대통령은 14일 “정치는 반드시 합리적으로 되는 게 아니다. 나도 되돌아볼 때 급하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열린 ‘2011년 여성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이 발언은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을 당의 간판정책으로 내세우려는 민주당의 움직임을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이를 정면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나는 비교적 (포퓰리즘을) 안 하는 사람이지만 선거 때가 되면 유혹에 빠진다. 합리적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무상보육’ 정책을 발표한 뒤 “한나라당이 2007년 대선 때 내놓은 핵심공약”이라고 밝힌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대기업 그룹 총수의 손자손녀는 자기 돈을 내고 (학교 급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사람들은 용돈을 줘도 10만 원, 20만 원 줄 텐데 (월 5만 원인 학교급식) 식비를 공짜로 해 준다면 오히려 화를 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무상보육 주장에 대해서도 “아주 부자 아니면 중산층 전원에게 보육비를 지원하기 때문에 사실 보육은 이미 무상보육에 가까이 갔다”고 말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도 이날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 모두가 잘사는 복지사회로 나가기 위해선 긴 안목을 갖고 복지 범위와 수준을 잘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김 총리의 발언은 민주당의 ‘무상 시리즈’가 거센 역풍을 맞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이날 민주당 밖에서는 표에만 골몰한 “표(票)퓰리즘”이란 공세가 이어졌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현실 가능한 복지 정책을 펴자”는 지적이 나왔다.
한나라당 정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민주당의 ‘외상 정책’이 실시되려면 매년 16조 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공짜인 것처럼 포장해 서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조삼모사식 외상 남발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5역 회의에서 “좌파적 사회주의적 정책 방향이 민주당의 차기 대권 전략이라면 민주당은 사회주의 정권 수립을 옹호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민주당의 소위 ‘보편적 복지’ 정책은 국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을 괴롭히고 큰 부담을 안겨주는 참으로 무책임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또 “보편적 복지는 시대정신”이라고 한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겨냥해 “시대정신을 거꾸로 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무상복지 공약은 민주노동당 등과의 야권연대를 겨냥한 성격이 있지만 정작 민노당 이정희 대표는 민주당의 정책에 각을 세웠다. 이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재원 확보를 말하지 않고 복지를 확대하겠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이날도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강봉균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이 ‘저 사람들에게 정권을 줘도 되겠구나’고 해야 표에 도움이 되지, 괜히 실현 가능성도 없는 것을 (얘기해) 재정을 또 흐트러뜨리면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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