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사진)가 민주당의 ‘무상복지 시리즈’에 말을 아끼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20일 ‘박근혜표 복지’의 뼈대로 불리는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안 공청회를 열어 복지 이슈에 불을 질렀다. 그래놓고는 정작 무상복지를 둘러싸고 거세지는 여야 논란과는 철저히 거리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경제전문가인 친박(친박근혜)계의 한 의원은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표가 무상복지를 직접 비판하지 않는 이유를 “노이즈 마케팅에 말려들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선 예비후보 가운데 이미 복지이슈를 선점해가고 있는데 민주당의 공세에 대응할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다. 민주당에선 이인영 최고위원이 7일 박 전 대표에게 무상급식에 대한 견해를 밝히라고 요구한 것을 비롯해 그를 논쟁에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 무시전략 배경
박 전 대표의 무시전략 배경엔 지지율 고공행진이라는 요인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는 동아일보의 신년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7.8%를 기록하며 한 자릿수 지지율의 나머지 후보들을 압도했다. 이어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40%대까지 이르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국가미래연구원에 참여한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민주당이 내놓은 무상 시리즈는 (비용) 계산도 뒤죽박죽이고 현실 인식도 제대로 안 된 날조된 정책 제안인데 그런 것에까지 일일이 대응하면 생산적이지 못하다”고 잘라 말했다. ○ “박근혜 복지는 때론 보편적, 때론 선택적”
박 전 대표는 사회보장기본법 공청회 때 자신의 복지 구상을 이렇게 설명했다. “선별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 논쟁이 많은데 이분법의 문제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둘이 함께 가야 한다.” 무상복지처럼 누구에게나 혜택을 주자는 야당의 보편적 복지와 저소득층에게 복지 혜택을 집중하자는 여당의 선별적 복지를 절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전 대표의 복지정책에 깊숙이 관여해온 성균관대 안종범 경제학부 교수는 “소득보장 중심의 복지모형을 만든 유럽 선진국도 재원 부담이 커지자 사회서비스 제공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한다.
박 전 대표가 4일 대한노인회 대구시연합회를 방문했을 때 밝힌 노인복지 철학도 무상복지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엿보게 한다. 그는 “복지를 정부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세상이다. 노인회나 전문 민간단체와 유기적으로 협력해 봉사할 수 있는 분들에게 길을 열어드리면 된다”고 강조했다. 무조건 공짜로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혜택 받는 사람이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 분야별 복지법안 발의
박 전 대표는 정치권의 무상복지 논쟁에 거리를 두는 한편 무상복지 쟁점을 둘러싼 견해를 법안 발의와 함께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박근혜표 복지의 뼈대’와 같은 법안인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안을 발의한 뒤 분야별 복지법안을 개정해나가면서 그때마다 의견을 밝히는 방식이다.
복지를 실천하는 행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박 전 대표는 2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자신의 팬클럽 ‘근혜 천사’가 주최하는 바자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 모처럼의 공개행사에는 근혜 천사 회원 300여 명을 비롯해 지지자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행사에는 지난해 말 박 전 대표의 미니홈피 1000만 회 방문자로 뽑힌 누리꾼 6명도 초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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