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특임장관(사진)이 17일 또다시 개헌을 역설했다. 한나라당의 ‘돈줄’을 쥐고 있는 핵심 당원들 앞에서다. 한나라당 재정위원회 소속 위원 60여 명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호텔에서 이 장관을 초청해 세미나를 열었다.
비공개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 이 장관은 “일류국가가 되려면 국민소득 3만 달러와 국제투명성기구의 청렴지수(부패인식지수)가 7.5점 이상은 돼야 하고 권력체계를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10점 만점의 청렴지수가 지난해 5.4점에 불과했으며 일류국가가 되려면 개헌이 불가피하다는 논리였다.
‘개헌 전도사’로 불리는 이 장관의 이날 개헌론 강의 중 특징적인 것은 평소 소신인 권력 분산을 위한 분권형 대통령제 못지않게 4년 중임제를 유독 강조했다는 점이다.
한 참석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장관이 분권에 대한 얘기보다는 5년 단임제 아래에서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이 얼마나 불행했는지 한참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쿠데타를 막기 위해 5년 단임제를 채택했지만 이제는 4년 중임제로 가야 임기 중 업적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이 장관이 재정위원들의 성향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재정위원 중 상당수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개헌을 한다면 4년 중임제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혀 왔다.
결국 개헌 논의에 불씨를 살려야 하는 이 장관이 친박(친박근혜)계의 동의를 끌어내기 위해 4년 중임제에 방점을 뒀다는 설명인 것이다. 재정위원은 모두 당연직 대의원으로 당내 경선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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