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끝나자마자 北 “남북 국방장관급 회담 열자” 전격제의… 南 “원칙적 수용”
북한이 20일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국방장관급 회담)을 열자고 남측에 전격 제의했다. 정부가 이에 원칙적으로 응하기로 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남북 당국간 고위급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11시 46분 김영춘 인민무력부장(한국의 국방부 장관에 해당) 명의의 전화통지문을 김관진 국방부 장관에게 보냈다. 통지문은 ‘천안호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할 데 대하여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과 이를 위한 예비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의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이르면 다음 주초 예비회담 개최를 북한에 제의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예비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이달 내에 예비회담이 열리면 지난해 9월 남북 장성급 회담 개최를 논의하기 위한 군사실무회담 이후 4개월 만에 당국간 공식 접촉이 이뤄지는 것이다.
정부는 이날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별도의 고위급 당국회담을 개최하자고 북한에 역(逆)제의해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책임 있는 당국자 명의로 정부가 제안한 의제에 대해 대화를 제의한 만큼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에 나간다는 원칙 하에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예비회담을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장소와 시기에 대해서는 남측에 일임했지만 의제는 예비회담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예비회담에서 본회담의 의제를 논의하고 대화에 임하는 북한의 진정성을 파악한 뒤 그 결과에 따라 회담 개최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고위급 회담이 개최되기 위해서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와 추가 도발 방지 확약’이 의제로 확정돼야 한다고 밝혀 예비회담 과정에서 양측이 이견을 보일 경우 본회담이 열리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의 전격 회담 제의는 19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열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긴장완화와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의 개최 등에 합의하자 남북대화의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새해 들어 노동당과 내각 등의 명의로 대남 대화 공세를 폈으나 정부는 ‘진정성이 없고 책임 있는 당국이 아니다’며 이에 응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이번 회담이 성사되고 결실을 맺게 될 경우 경색된 남북관계의 물꼬가 터지고 남북대화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실질적 합의 없는 상징적 성과"
▲2011년 1월20일 동아뉴스스테이션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