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이 성공한 데는 선장 석해균 씨(58·사진)의 공이 컸다. 석 씨는 배를 천천히 몰아 청해부대가 작전을 펼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었고, 작전에 필요한 첩보도 해적 몰래 우리 군에 제공했다.
15일 해적들은 아덴 만 해역에서 2000km 떨어진 인도양 해상에서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했다. 이들 해적은 납치 선박을 가능한 한 빨리 소말리아 연안으로 이동시키려 했다. 인질들을 육지에 격리한 후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석 씨는 배가 소말리아 항구에 정박하게 되면 구출작전이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해 뱃머리를 인질범들이 요구한 방향대로만 돌리지는 않았다. 항구로 빨리 가자는 인질범의 지시에도 선박을 지그재그로 몰며 공해상에 머무는 시간을 늘렸다.
실제 삼호주얼리호는 18일 청해부대의 1차 진입 작전이 실패한 뒤 기수를 북쪽으로 돌리며 서남쪽의 소말리아 연안에서 오히려 멀어지기도 했다. 배를 몰던 석 씨의 ‘시간 끌기’ 작전이었다. 석 씨는 1차 진입 작전 때에는 “조타실에 이상이 있다”고 해적을 속이고 배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구출작전이 벌어진 지점은 소말리아에서 1314km 떨어진 공해. 만 5일 21시간 동안 700km 정도를 이동한 것이다. 합참 관계자는 “구출작전 당시 삼호주얼리호는 평균 6노트(약 시속 11km)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 속도로 피랍 지점에서 항구까지 최단거리로 운행했으면 배가 해안에 가까워져 작전이 어려웠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석 씨는 해적들의 눈을 피해 상선공통망(무선교신망)으로 군의 작전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석 씨는 해적의 명령에 따라 해운사와 영어로 통화를 하는 중간에도 우리말로 상황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성호 합참 군사지원본부장도 21일 작전 결과를 설명하면서 “선장이 기지를 발휘해 작전 진행에 많은 도움을 줬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렇게 작전 수행에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한 석 씨는 삼호주얼리호 선원 21명 가운데 유일하게 다쳤다. 인질범의 총을 맞아 배에 관통상을 입은 것. 특수요원 작전팀이 배에 올라 해적을 진압할 때 석 씨는 조타실에서 해적의 위협을 받으며 선박을 몰다가 교전 중 인질범의 총에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석 씨는 현재 오만의 살랄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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