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덴만 여명’작전]“피말린 6일… 목숨걸고 외아들 구출해준 국군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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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2일 03시 00분


석 선장의 노모 “착한 아이가 총맞다니… 떨려 말도 안나와”손재호씨 가족 “숨진 부친 간병 도맡은 효자… 하늘이 도와”

“아들이 돌아온대요…”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 구출된 최진경 삼호주얼리호 3항사(25)의 아버지 최영수 씨(52)가 21일 전남 화순군 계소리 자택에서 아들의 사진을 어
루만지며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하나뿐인 아들을 구해준 청해부대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화순=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아들이 돌아온대요…”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 구출된 최진경 삼호주얼리호 3항사(25)의 아버지 최영수 씨(52)가 21일 전남 화순군 계소리 자택에서 아들의 사진을 어 루만지며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하나뿐인 아들을 구해준 청해부대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화순=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가 피랍 6일 만인 21일 구출됐다는 소식에 선원 가족들과 선사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국내 해운사들도 정부의 신속하고 강력한 조치에 환영을 표시했다. 이번 작전으로 해적 피랍사건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감도 내비쳤다.

○ “지옥에서 살아나온 듯…”

부산 금정구 장전동 3층짜리 상가건물에 있는 석해균 선장(58) 자택에는 정적만 흘렀다. 부인 최진희 씨(59)는 남편의 총상 소식에 충격을 받은 듯 집을 비웠다. 장남 현욱 씨(36)는 “아버지가 총상을 입었다는 소식에 숨이 멎는 줄 알았다. 건강히 돌아오시기만을 기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경남 밀양에 사는 석 선장의 노모 손양자 씨(80)는 해적 이야기를 처음 듣는다고 했다. “내 아들이 외국에서 총에 맞았다고요. 아프리카는 뭐고 소말리아는 뭐예요? 그게 무슨 소립니까? 누구한테요? 그 착한 아이가 왜요? 내가 손이 떨려서 말이 안 나옵니다. 우리 새끼 몸이 아픈 데는 없죠?”라며 흐느꼈다.

석 선장은 8년째 1층 상가 전세금을 한 번도 올리지 않아 동네에서 ‘호인(好人)’으로 통했다. 그는 “나보다 힘든 분에게 돈을 올려 받을 수 없다”며 예전 전세가를 고집했다고 이웃들은 전했다. 1층 가구점 세입자인 오원진 씨(72)는 “90m²(약 30평) 규모인데도 주변 상가보다 절반 이상 싼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20만 원”이라며 “1년에 한두 번 만나는 사이지만 깍듯하게 인사하고 가족사랑도 각별한 분인데…”라며 무사귀환을 바랐다.

부산 북구 구포1동에서 음식점을 하는 주얼리호 의료진 김두찬 씨(61)의 아내 이정숙 씨(56)는 “삼호드림호 사건 때문에 남편이 구출되기까지 두세 달 이상 걸리지 않을까 걱정했다”며 “(남편이) 돌아오면 다시는 배를 타지 않도록 설득하고 또 설득할 것”이라며 울먹였다. 아들 동민 씨(28)도 “요 며칠 사이 마치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느낌”이라고 했다.

손재호 1기사(53)의 어머니 문악이 씨(81·경북 포항시 호미곶면)는 “지난해 12월 6개월 이상 해외로 나간다는 전화가 와서 고생하러 간 줄 알았지 해적 소리는 처음 들어요. 3년 전 지병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병간호를 도맡았던 효자예요. 분명 하늘이랑 남편이 도운 것 같네. 집에 오면 따뜻한 쌀밥 먹여야지요”라고 말했다.

전남 화순군 계소리에 사는 최진경 3항사(25)의 부모인 최영수 씨(52)와 김미선 씨(50)는 “아들이 살아올 수 있게 목숨을 걸고 작전에 나선 국군 장병과 국민께 감사드린다”며 “바다가 좋아 목포해양대를 졸업한 아들이 꼭 살아 돌아올 것으로 믿고 있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경남 거제에 사는 이기용 1항사(46)의 아들딸은 “엄마가 알려주지 않아 아빠 소식을 몰랐다”며 “집에 오시면 열심히 공부하고 정말로 잘해 드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 굳게 닫힌 사옥 정문 활짝 열어


부산 중구 중앙동 삼호해운 본사 사옥은 사건 이후 정문과 인터넷 홈페이지 문을 굳게 닫았다. 지난해 11월 삼호드림호 사태가 해결된 지 두 달여 만에 또 피랍사건이 터지자 큰 충격을 받은 탓이다. 하지만 이날 구출 소식에 회사 정문을 활짝 열었다.

삼호해운 손용호 대표는 이날 브리핑에서 “선박 점검을 한 뒤 안전지역으로 항해할 것”이라며 “안전지역에서 선원들을 상대로 건강검진을 실시하는 등 귀국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호그룹 신용주 회장(65)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해적들이 우리 회사 선박을 납치한 게 벌써 두 번째인 데다 선원들 걱정 때문에 요 며칠 사이 잠도 제대로 못 잤다”며 “석방에 온 힘을 쏟아주신 정부와 국민, 해운업계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해적들이 의도적으로 우리 배를 노린 것 같지만 이번엔 정상적으로 해결돼 다행”이라며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석 선장과 선원들에게 최대한 예우를 갖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국내 해운업계는 쌍수 들어 환영

한진해운 관계자는 “정부의 적극적이고 신속한 작전으로 선원들이 구출돼 선사로서는 고마운 일”이라며 “이번 작전으로 해적들에게 ‘한국 선박을 납치하면 보복당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충분히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SK해운 관계자는 “이번 작전 한 번으로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해적들도 정보를 공유하는 만큼 피랍 사건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DL쉬핑 관계자는 “해적 8명이 사살되면서 해적들이 감정적 대응을 하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예전처럼 만만히 보지는 않을 것”이라며 “회사 자체적으로도 해적 공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러 조치를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조용휘 기자 silent@donga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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