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군사회담 3대이슈 통해 본 北의 ‘숨겨진 폭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4일 03시 00분


[1] 대남:천안함-연평도발
[2] 대내:서해 NLL
[3] 대미:북핵

정부 당국자들이 북한의 고위급 군사회담 제의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를 ‘폭탄’ 찾기에 분주하다. 미국과 중국의 대화 촉구에 이은 북한의 전격적인 대화제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지만 북한이 본회담에서 내놓을 수 있는 ‘위험요인’을 사전에 찾아 예비회담에서 철저히 골라내야 한다는 분위기다.

한 당국자는 23일 “북한이 정말 남한과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6자회담과 북-미관계 개선으로 가겠다는 것인지, 김정은 후계체제의 확립을 위해 남한을 불러놓고 선전전을 하겠다는 것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솔직히 예비회담에서 판이 깨질 가능성이 더 크다”고 털어놓았다.

당국자와 전문가들은 북한의 회담 제의가 남남갈등 조성용일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천안호 및 연평도 포격전에 대한 견해’를 밝히겠다고 한 북한이 예비회담이나 본회담에서 알 듯 모를 듯 한 표현을 써 장난을 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를 사과로 받아들이고 그냥 넘어가자는 진보 진영과 거짓 사과이니 받아들이지 말자는 보수 진영 사이에 또다시 격렬한 남남갈등이 일어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김경덕 전 국방부 국방개혁실장은 “북한은 그런 말을 만들어내는 데 능숙해 이번에도 뭔가 들고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둘째는 북한이 국제사회가 지켜보는 가운데 ‘서해 문제’를 제기해 후계자 김정은의 정치적 업적으로 삼으려는 경우다. 북한 회담 대표가 본회담에서 “남한이 주장하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유령선이며 오로지 1999년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선포한 서해 해상분계선만이 정당하다”는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이를 외신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할 경우 북한의 서해 분쟁지역화 전술을 국제사회에 홍보해 주는 셈이 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핵은 미국과의 문제라는 주장은 김정일 정권이 절대로 물러설 수 없는 ‘근본 입장’이기 때문에 남측이 요구한 비핵화 관련 남북대화는 열리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북한이 2009년 남북 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평양에 온다면 핵 문제에 대해 대화할 수 있다’는 유연한 태도를 나타낸 적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회담 자체는 개최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북측 대표는 회담에서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 유훈(遺訓)이지만 미국의 핵 위협 때문에 핵 개발을 포기할 수 없다”며 대미 선전전을 펼 수 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해 4월 21일 낸 ‘비망록’에서도 “(두 차례 핵실험은) 미국의 핵을 우리의 핵으로 억제해나가는 현 단계에서의 핵 위협 제거 노력”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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