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 동영상 공개… 최영함 기관총 사격 섬광 국방부는 23일 ‘아덴 만 여명작전’ 당시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21일 새벽 최영함이 해적들이 장악한 삼호주얼리호에 기관총으로 위협사격을 가할 때 섬광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향하는 것이 보인다. 사진 제공 국방부 삼호주얼리호 선원 21명을 구출하기 위해 4시간 58분간 진행된 ‘아덴 만 여명 작전’은 완벽한 성공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한국군은 숨이 멎을 듯한 중대한 고비를 5차례나 넘겨야 했다. ○ 숨죽인 6분…절반의 성공
21일 오전 6시 8분(현지 시간) 특수전여단(UDT/SEAL) 요원 20여 명은 고속단정 3척에 나눠 타고 삼호주얼리호 함미와 우현 뒤쪽에 조용히 붙어 있었다. 이때 하늘에서는 링스헬기가 좌현 갑판과 선교를 향해 K6 기관총으로 사격을 가했다. 갑판과 선교에 있던 해적 가운데 1명이 사살되자 해적들은 곧 배 안으로 숨어들었다.
오전 6시 9분 2개의 공격팀으로 나뉜 특수전 요원 15명에게 승선 명령이 내려졌다. 현장 지휘를 맡은 김규환 대위가 앞서고 1차로 삼호주얼리호 함미에 있던 공격 2팀이 사다리를 걸고 6m 높이의 삼호주얼리호에 오르기 시작했다.
구출작전 과정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이었다. 오전 6시 15분, 승선작전 개시 6분 만에 삼호주얼리호 함미 우현에 있던 요원까지 모두 승선하면서 15명 전원이 승선하는 데 성공했다. 승선 완료 보고를 받자 해군작전사령부와 합참에서는 일제히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작전이 절반 이상 성공한 것이다. ○ “항복하라. 그러면 살려줄 것이다”
갑판에 오른 특수전 요원들은 선교가 있는 4층까지 올라가는 동안 갑자기 나타난 해적 1명을 사살했다. 선교에는 한국인 선원 5명을 포함해 인질 13명이 모포를 뒤집어쓴 채 숨을 죽이고 있었다.
요원들이 선교를 장악한 직후. “OK, OK” 소리와 함께 “저격수 이외에 사격하지 말 것”이라는 다급한 작전 지시가 내려졌던 것이 국방부가 공개한 동영상을 통해 드러났다. 인질이 피해를 볼까 우려한 조치였다.
요원들은 격실에 숨어 있던 해적 4명과 교전을 벌여 사살했다. 이 중엔 해적 두목이 포함돼 있었다. 오전 8시 16분 해적 2명이 투항했고, 선원 5명이 선상으로 나왔다. 이로써 한국인 선원 8명 모두를 포함해 인질 18명을 구출했다.
남은 것은 해적 5명. 소말리어로 “코리가 드헤그, 에스디힙! 에스타그 하디칼레 완코 투칸(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라. 그러면 살려줄 것이다)!”라고 방송을 내보냈다. 해적 1명을 생포했지만, 해적 4명은 비상타기실에서 완강히 버텼다.
마지막 교전은 치열했고 총격이 10분 넘게 이어졌다. 다행히 해적 2명을 사살하고 나머지 2명을 생포해 작전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 백기 투항으로 잘못 알고 1차 작전
18일 1차 구출작전에서 특수전 요원 3명이 해적들의 총격을 받고 부상한 것은 삼호주얼리호에서 보낸 ‘신호’를 잘못 읽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해적들이 주변을 지나던 몽골 선적 상선을 추가로 납치하기 위해 소형 해적선(자선·子船)을 타고 나서자 최영함은 링스헬기를 띄워 해적들을 공격했다. 특수전 요원들이 탄 고속단정 2척도 출동시켰다.
고속단정을 타고 이동하던 중 삼호주얼리호에서 하얀색의 무언가가 펄럭이는 게 목격됐다. 고속단정에 탄 특수전 요원들은 “우리가 공격을 하니 해적이 백기 투항을 하는구나”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들이 삼호주얼리호로 다가가자 느닷없이 해적들은 사격을 가해 왔다.
뒤늦게 확인한 결과 삼호주얼리호의 하얀색 펄럭거림은 ‘절대로 다가오지 말라’는 신호였다. 최영함의 공격을 받은 해적들이 선원들에게 하얀 속옷을 벗도록 해 오지 말라고 신호를 보낸 것을 특수전 요원들은 백기 투항으로 오인한 것이다.
○ 중무장한 7만 t급의 해적 지원선 접근
21일 새벽 구출작전을 개시한 데는 소말리아로부터 7만 t급의 해적 모선(母船)이 빠르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 모선은 해적이 납치한 파나마 국적 선박으로 인질 24명을 잡고 있는 해적 15명이 AK 소총은 물론 RPG-7 로켓포 등으로 중무장한 상태였다. 해적들이 소말리아 해적 근거지에 지원을 요청하자 해적 본부가 소말리아 연안에 있던 30여 척 중 큰 배를 골라 보낸 것이었다. 해적 모선은 구출작전 다음 날인 22일 삼호주얼리호와 상봉할 예정이었다.
○ 해적 “한몫 잡았다”… 6시간 만에 출동
15일 낮 삼호주얼리호 납치 소식을 접한 최영함 승조원들은 숨 가쁘게 준비를 마치고 출동했다. 아덴 만 해역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지부티 항으로 향하던 최영함은 평소 3일이 걸리던 군수물자 보급 절차를 불과 6시간 만에 마치고 삼호주얼리호를 향해 출발했다.
한편 해적들이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한 직후 소말리아 본거지에 무선으로 “우리가 한 건 했다”는 식으로 보고한 내용이 군 당국에 감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호드림호 피랍 때 한국이 몸값을 너무 많이 지불해 한국 선박이 해적의 타깃이 됐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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