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덴만 여명 작전]알면서도 왜? ‘해적 소굴’ 우회항로, 최소 30일에 27억원 더 들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4일 03시 00분


■ 알면서도 왜 지나가나


삼호주얼리호는 무사히 구출됐지만 오늘도 우리 선박들은 목숨을 걸고 소말리아 부근 해역을 지나고 있다. 해적들의 위험 해역을 다니는 한국 선적 선박은 280여 척으로 1년에 1500회 이상 이곳을 통과한다. 하지만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해적의 소굴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토로한다.

해적들이 자주 출몰하는 아덴 만 지역은 아시아∼유럽 최단 항로인 수에즈항로 입구다. 이곳을 피하려면 아프리카 남단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끝인 희망봉으로 멀리 돌아가야 한다. 예를 들어 인도 뭄바이에서 영국 런던까지 갈 때 아덴 만을 통하면 1만1600km이지만 희망봉으로 우회하면 1만9800km로 항해거리가 늘어난다.

희망봉 항로를 이용하면 광물이나 석탄을 나르는 20만 t 규모의 광탄선을 기준으로 할 때 최소 30일 이상이 더 걸린다. 이 광탄선이 해운업체 소유가 아니라 빌린 배, 즉 ‘용선(傭船)’일 때는 하루 5만∼6만 달러의 용선료가 추가로 든다. 30일을 추가로 빌려 운항한다면 150만∼180만 달러(약 17억∼20억 원)가 더 드는 셈. 통상 한국 선사들은 소유 선박 대비 용선으로 운항하는 비율이 최소 5배에서 최대 7배까지 많을 정도여서 비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선박 운항시간이 길어지면 선원비, 기름값, 보험비 등 운항원가도 늘어난다. 해운업체들에 따르면 선원 20명을 기준으로 30일을 더 운항하면 최소 5억 원 이상이 들며 다른 추가비용을 합하면 늘어나는 운항원가가 최소 10억 원 이상에 이른다. 따라서 용선이라면 희망봉항로를 이용할 때 용선료에 운항원가를 합쳐 최소 27억 원 이상이 더 드는 것. 국제 보험사들이 선박 보험료를 2008년 이후 10배나 인상했는데도 아덴 만 항로를 고수하는 이유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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