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샷 만든 국내 벤처 아이디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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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4일 15시 06분


카이샷 구성도.
카이샷 구성도.

21일 아덴만에서 벌어진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 당시 지휘부인 최영함과 국방부 청사 지하벙커 지휘통제실은 해군 특수전여단 수중파괴대(UDT)의 작전 장면을 생생히 확인하며 작전 지시를 내릴 수 있었다. 대원들의 방탄헬멧과 저격수들의 총 등에 부착된 무선영상 전송 시스템 '카이샷'(KAISHOT)이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송했기 때문이다.

이번 작전에서 한 몫 톡톡히 한 카이샷을 만든 회사는 직원 수 26명의 국내 벤처기업인 ㈜아이디폰. 1999년 설립된 이 회사는 차량용 블랙박스(DVR)와 카이샷 등 영상보안장치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중소기업이다.

교통경찰 활용 예.
교통경찰 활용 예.

카이샷은 영화적 상상력에서 태어났다. 아이디폰은 2002년부터 미국 경찰에 차량용 블랙박스를 납품했지만 차가 다닐 수 없는 곳에서는 채증 장비로 활용하기 어려웠다. 엄현덕 아이디폰 대표(55)는 "영화를 보면 골목길이나 실내 복도에서도 영상 전송 장비를 이용하는 장면이 나왔다"며 "여기서 힌트를 얻어 차가 다닐 수 없는 곳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영상전송 장치를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2004년 첫 시제품이 나온 카이샷은 2007년 정식으로 시판됐고 이어 진화를 거듭했다. 2009년에는 제품 크기를 줄인 초소형 제품과 군사작전 때 지휘본부가 방아쇠 격발까지 제어할 수 있는 제품도 개발했다.

이번 삼호드림호 구출 작전에 사용된 카이샷은 송신기와 카메라 각각 4개와 한 대의 커맨더(중앙통제장치)로 구성됐다. 값은 한 세트 당 1억7000여만 원. 4명이 공격 조를 이뤄 각각 카메라(IDF-BCNOX)와 송신기(IDF-DM240X)를 달고 침투하면 여기서 촬영된 영상이 커멘더(IDF-C1200-1)로 전송되는 방식이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2007년 미국 경찰에 1000대 분량의 카이샷 공급계약을 체결해 수출을 시작했고 최근에는 미군에도 납품했다. 주한미군 납품도 현재 협의 중이다. 바이어를 만나기 위해 24일 일본으로 출국한 엄 대표는 "카이샷은 첨단기능을 활용해 군 작전이나 경찰 업무를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으로 바꿔 놓았다"며 "우리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국산 제품이 이번 작전에 활용돼 도움을 줬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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