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주얼리호 엠바고 파기 언론사 제재 시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5일 17시 14분


정부가 우리 군의 삼호주얼리호 구출 작전을 엠바고(일정시점 보도유예) 시점 전에 폭로한 언론사들에 강력 제재를 내리자 해당사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고 기자협회보가 25일 보도했다.

국방부는 미디어오늘, 부산일보, 아시아투데이 등 3사에 24일 공문을 보내 "엠바고 요청에 응하지 않은 해당 매체는 공익을 위한다는 언론기관의 사회적 책임에 어긋나 범정부 차원의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며 출입기자의 기자실 출입을 제한하고 사전 보도자료 제공을 중지한다고 밝혔다고 협회보는 전했다. 그러나 제재 기한은 명시하지 않았다.

청와대도 미디어오늘과 아시아투데이에 출입기자 등록 취소, 부산일보에 출입기자 1개월 출입정지를 통보했다고 협회보는 전했다. 또 국방부는 다른 행정부처에도 협조공문을 보내 상응하는 제재를 취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보는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도 부산일보 출입기자에게 출입정지 1개월을 통보했으나 출입기자단은 "정부의 월권 행위이며 수용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고 전했다.

협회보는 실제로 아시아투데이 기자가 이날 서울 삼각지 국방부 정문에서부터 출입을 거부당했다고 보도했다. 여성가족부를 출입하는 아시아투데이 기자도 장관 오찬에 초대됐으나 이날 "입장이 곤란하니 참석하지 말아달라"고 통보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해당 언론사들은 사상 초유의 사태라며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엠바고 결정은 정부부처와 출입기자단 사이에 이뤄지는 것인데 해당사는 모두 출입기자단에 속해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엠바고 수용 역시 개별 언론사가 결정할 문제라고 반박했다고 협회보는 전했다. 설령 엠바고 파기로 징계를 받더라도 기자단이 아닌 정부부처가 나서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라는 설명이다.

부산일보는 기자협회보 측에 국방부 브리핑이 아니라 제보를 받고 자체 취재해 기사화했다고 밝혔다. 선박회사 본사, 관련 가족들이 부산경남 지역에 있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보도했다는 주장이다.

또한 뒤늦게 국방부로부터 엠바고 요청된 사항이라는 사실을 듣고 인터넷판 기사를 삭제했는데도 이런 중징계를 내린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협회보는 전했다.

이정호 부산일보 편집국장은 기자협회보의 취재에 "이번 조치는 법과 관행을 넘어선 초법적 행태이며 국방부가 타 행정부처에 협조공문까지 돌렸다는 데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부당한 조치의 전말을 독자들에게 알리고 법적 대응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시아투데이 역시 국방부 브리핑을 듣고 기사화한 것이 아니라 트위터에 올라온 소식을 접하고 보도했다는 주장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가 나간 뒤 국방부의 연락을 받고 엠바고 사실을 알았으나 이미 SNS를 통해 파다하게 알려진 이후여서 엠바고의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아시아투데이는 이날 국방부에 보낸 공문에서 "국방부의 이런 조치는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언론사에 전례없는 심각한 언론탄압"이라며 "조치를 철회하지 않으면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관련자들을 상대로 민형사 책임을 묻는 법적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박정규 아시아투데이 편집국장은 기자협회보에 "정부의 협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것 아니냐"라며 "이런 조치는 5공 때도 없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병규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은 "구출 1차 실패 후 내보낸 보도가 작전에 어떤 악영향을 줬기에 이 같은 조치를 취했는지 납득할 수 없다"며 "정부와 군이 엠바고만 요구하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지 않도록 이의를 계속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협회보는 전했다.

누리꾼들은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엠바고 파기로 자칫 한국 정부의 중요한 정보가 누설돼 한국인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었다며 강력한 제재를 요구하는 의견이 이어지는 가운데 특정 매체에 대한 정부의 탄압이라며 반박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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