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 청문회에서 민주당 이춘석 의원의 요구로 벽에 걸린 액자에 적힌 글을 읽기 위해 뒤를 돌아보고 있다. 액자에는 “삼가고 또 삼가는 것이 형을 다스리는 근본이다”로 끝을 맺는 다산 정약용의 ‘흠흠신서’ 서문이 적혀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대검찰청 공안부장 출신인 박한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촛불시위 평가 청문회’에 가까웠다. 27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2008년 촛불시위 당시 검찰 경찰의 시위 진압과 선거 수사의 적절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 공안정국 책임 논란
민주당은 2009년 9월 헌재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야간 옥외집회 금지 규정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을 공세의 무기로 활용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박 후보자는 촛불시위 당시 대검 공안부장이었는데 ‘야간집회를 규제하는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박 후보자를 압박했다. 검찰이 무리한 법조항에 근거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요지였다. 이에 박 후보자는 “헌재 결정 취지는 (집회가 금지되는) ‘일몰 후 일출 전 집회금지’라는 개념을 명확하게 하라는 것이다. 당시 법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했다”고 맞섰다.
민주당 박우순 의원은 촛불시위대 변론에 참여했던 한택근 변호사를 증인으로 세워 “박 후보자가 헌재 재판관 자격이 있느냐”고 물었다. 한 변호사는 “당시 공안부장의 사건 처리로 볼 때 동일한 사건이 벌어지면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충실한 결정을 할지 의문이다. 적임자는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그러나 박 후보자는 “검경이 과도하게 진압해서 촛불시위가 크게 (폭력적으로) 번진 게 아니다. 진보연대가 주도한 국민대책회의가 개입하면서 도로를 점거하고 반정부 투쟁 양상을 보였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이은재 의원은 당국의 촛불시위 진압을 적극 옹호했다. 그는 “촛불집회를 주도한 친북단체는 ‘밤에는 촛불을 들고 사회를 마비시켜야 한다. 진정한 목표는 이명박 정부를 주저앉히는 것이다’ 등의 주장을 했다”면서 “촛불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갖고 정부를 타도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 친박연대 구원(舊怨)도 재연
미래희망연대(옛 친박연대) 노철래 의원은 2008년 18대 총선 직후 이뤄진 서청원 전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수사의 적절성을 따졌다. 그는 “(검찰은) 서 전 대표가 개인적으로 돈을 착복한 게 없다고 하면서도 가족 친지 친구 비서까지 계좌를 추적하고 압수수색을 했다”고 비판했다. 자유선진당 이용희 의원도 “서 전 대표는 억울한 케이스다. 당시 공안부장인 박 후보자는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거들었다. 이에 박 후보자는 “검찰로선 선거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해 기소했고 모두 대법원에서 유죄확정 판결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 김앤장 근무 전관예우는 “송구”
박 후보자가 지난해 검찰 퇴직 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4개월간 활동하며 2억4500만 원의 급여를 받은 것을 놓고 전관예우 논란도 재연됐다.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박 후보자는 28년간 공직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봉급을 받다가 검사장으로 퇴직했다. 그런데 그 경력을 활용해 (김앤장으로부터) 국민이 상상할 수 없는 돈을 받는 게 적절한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후보자는 “어렵고 힘든 분들 입장에서 위화감을 느낄 수 있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러면서도 박 후보자는 “제가 법조의 경력과 전문지식,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받은 것으로 생각한다. 금융, 경제 등 다른 분야에서의 (급여) 수준과 비교해 보면 ‘그것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조금 의문이 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2009년 서울동부지검장 재직 시절 노인요양시설 건립을 위해 자신이 거주하던 10억 원 상당의 아파트를 기부했다. 그는 이날 한나라당 박준선 의원으로부터 기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당시 노인요양시설을 짓는 데 동참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취지가 좋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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