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4대강 사업이 법적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논란에 대해 감사원이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감사원은 27일 감사위원회를 열어 ‘4대강 살리기 세부계획 수립 및 이행실태’ 감사 결과를 의결했다. 지난해 1월 25일 감사에 착수한 지 1년 2일 만이다.
감사원은 ‘정부가 4대강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와 환경영향평가, 문화재조사 등 법적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논란에 대해 “법에 정해진 규정에 따라 예비타당성조사 12건, 환경영향평가 82건, 문화재조사 148건을 이행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20일 현재 공사 진척률이 48.8%로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강바닥의 퇴적토 3억2000만 m³를 준설하는 등 과거보다 홍수에 더 안전하게 하천이 관리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4대강 사업과 기존 하천사업의 연계 부족, 과다한 준설 계획 등으로 51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낭비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 20개 사항에 대해 국토해양부에 시정을 요구했다. 이에 국토부는 “10개 사항은 시정 조치를 완료했고, 나머지 10개 사항은 조치 중이거나 1∼2개월 안에 조치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4대강 사업과 관련된 하천사업들의 계획을 꼼꼼하게 점검하지 않아 거액의 예산을 낭비할 가능성이 있는 사례는 20개나 지적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서 조만간 준공할 예정인 낙동강 내성지구 하천개수공사 등 15건의 공사(총 계약금액 4283억 원)는 먼 곳에서 토사를 운반해 제방을 쌓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미 2009년부터 진행 중인 낙동강 살리기 사업 공사 중 준설(하천 등의 바닥에 쌓인 모래나 암석을 파내는 일)을 하면서 나온 토사로 제방을 쌓는 것으로 계획을 바꾸면 1178억여 원의 예산을 아낄 수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또 국토부는 낙동강 하굿둑에서 함안보까지 75.7km 구간에 대해 준설작업을 하면서 적정수위보다 0.46m 낮게 기준수위를 정했다. 이 계획대로 공사를 진행하면 적정수위를 기준으로 했을 때에 비해 2443만 m³의 흙과 모래를 더 파내야 하고, 결국 1407억여 원의 사업비를 낭비하게 될 것이라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4대강 사업으로 홍수를 방어하는 능력이 높아졌는데도 이를 반영하지 않고 기존 계획대로 하천공사를 진행한 사례도 적발됐다. 2004년부터 진행 중인 낙동강 해평지구 등 27개 하천개수공사(총 계약금액 7558억 원)의 경우 4대강 사업에 따라 새로 고시된 계획홍수위를 반영하지 않은 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홍수에 취약한 지역인데도 4대강 사업에서 제외됨에 따라 추가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낙동강 사상제 등 61개 지구의 제방공사와 25개 지구의 호안(護岸) 공사는 4대강 사업에서 빠져 있는데 나중에 따로 정비사업을 시행할 경우 550억 원 이상의 사업비가 더 들어갈 것이라고 감사원은 분석했다.
감사원의 4대강 감사는 지난해 여야 간 정쟁의 한 원인이 됐다. 야당은 지난해 1월 시작된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 발표가 늦어지자 10월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4대강 사업과 관련된 내년도 예산 심의를 피하기 위해 시간을 끌고 있는 것 아니냐”고 공격했다. 또 이명박 대선후보 캠프 출신인 은진수 감사위원이 주심위원을 맡은 것에 대해 야당이 문제를 삼자 감사원은 결국 주심위원을 교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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