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장남 김정남, 日신문 인터뷰서 아버지-동생 의식한 발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9일 03시 00분


“북한 3대세습, 사회주의에 안어울려… 아버지도 반대했지만 안정 위해 선택”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이 (아버지) 김 위원장도 3대 세습을 원치 않았지만 국가체제 안정을 위해 세습을 결정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또 동생 김정은이 존경받는 지도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쿄신문은 이달 중순 중국 남부의 한 도시에서 김정남을 인터뷰했다며 북한의 3대 세습과 후계자인 동생 정은, 북핵 문제 등에 대한 김정남의 발언을 28일자에 상세히 소개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김정남은 호텔 커피숍에서 1시간 반 동안 계속된 인터뷰에서 세습에 대한 질문에 “중국의 모택동조차 세습은 하지 않았다”며 “사회주의에 어울리지 않고 아버지도 반대였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세습은) 국가체제 안정을 위한 것이라고 이해한다. 북의 불안정은 주변의 불안정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국가 안정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삼남 김정은으로의 세습을 택했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이다. 김정남은 지난해 10월 TV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개인적으로 3대 세습에 반대한다. (그러나) 그럴 만한 내부요인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그는 ‘중국이 3대 세습을 용인했느냐’는 물음엔 “세습을 인정했다기보다는 북이 선택한 후계 구도를 지지한 것”이라고 답했다.

김정남은 또 “때때로 (아버지에게) 직접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며 “(고모인 김경희나 고모부인 장성택과도) 좋은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세력에 의한 암살미수설이나 망명설에 대해선 “근거 없는 소문이다. 위험을 느낀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김정은에 대해선 “주민에게 존경받는 지도자가 됐으면 좋겠다”며 “아버지의 위업을 계승해 주민생활을 풍부하게 하길 바란다. 연평도 사건과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남북관계를 조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동생에 대한 나의 순수한 바람이다. 동생에게 도전하거나 비판하려는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핵문제와 관련해 그는 “북의 국력은 핵이다. 미국과의 대결 상황이 계속되는 한 포기할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했다. 연평도 포격에 대해선 “교전지역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해 핵 보유와 군사우선 정치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말로 권력 중추에 자리 잡은 군을 겨냥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북한의 생활상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그는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아프다. 생활이 좋아졌다고 할 수 없다”며 “경제를 회복해 윤택하게 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화폐개혁은 실패했다. 개혁개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지금 이대로는 경제대국이 될 수 없다. 북이 가장 바라는 것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이다. 그 후 본격적인 경제 재건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과 마카오 등을 오가며 호화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정남이 때때로 일본 언론을 통해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해 △세상의 주목을 받아 김정은 세력의 암살 위협을 피하려는 생존 전략 △북한 정변사태에 대비한 존재감 과시 △김정일의 지원금이 끊어질 상황에 대비한 돈벌이 등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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