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규 대통령기획관리실 선임행정관이 1일 대통령기획비서관(1급)에 승진 내정된 것은 이명박 정부 3기 청와대의 권력지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기획비서관직은 지난해 말 기획관리실장이 비서관급에서 기획관급으로 격상되면서 신설됐다. 직할 비서관까지 두게 된 김두우 기획관리실장은 사실상 수석급에 준하는 비중을 갖게 됐다.
지난해 6·2지방선거 패배 후 물러난 2기 청와대가 이동관 홍보, 박형준 정무, 박재완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의 ‘트로이카’ 체제였다면 3기 청와대는 임태희 대통령실장에서 김 실장으로 이어지는 단선 체제라는 평을 받아왔다.
1, 2기 청와대의 주축이 대선후보 경선과 본선 캠프 출신들이라면 임태희 실장은 경선 때 중립을 지키다가 본선 때 후보비서실장에 기용됐고, 김 실장은 정권 출범 때 청와대에 합류한 ‘신주류’ 격이다.
3기 청와대의 특징은 핵심들이 옛 민정당 출신들을 뜻하는 민정계의 맥과 닿아 있다는 점이다. 이날 임명된 이 비서관만 해도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의 보좌관 출신이다. 임태희 실장은 최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이래 이 비서관과 연을 이어왔다. 임 실장은 권익현 전 민정당 대표의 사위이기도 하다.
김두우 실장은 중앙일보에 몸담고 있던 2004년 최병렬 당시 대표로부터 정치입문을 권유받고 17대 총선 출마를 위해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던 적이 있을 만큼 가까운 사이다. 최 전 대표는 옛 민정계의 대표적 중진으로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전 대표 캠프의 상임고문을 지냈다.
장다사로 민정1비서관 역시 민정당 당료 출신의 민정계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핵심 측근이다. 이 전 부의장 자신도 뿌리로 따지면 민정계로 볼 수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민정계의 후예’가 청와대를 포위해가는 현 상황을 유력한 차기권력인 박 전 대표와 연관지어 분석하기도 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안상수 대표와 홍준표 최고위원 등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의해 정계에 입문한 ‘범민주계’가 아직 주류를 이루고 있는 반면 청와대는 다르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박 전 대표와의 긴장 속에서도 차기 정권 창출을 위해 협력 제휴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고, 이 점이 민정계 후예들의 역할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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