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 비장한 취임 일성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일 03시 00분


“보물찾기式수사 탈피”… 檢에 반성의 칼 겨누다

전국 검찰에서 최정예이자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새 수장이 된 한상대 신임 서울중앙지검장(52·사법시험 23회·사진)이 취임 일성으로 ‘구시대적 수사관행’에서 과감히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또 검찰의 현재 상황을 위기로 규정하면서 단호한 반성을 촉구했다. 지난해 불거진 ‘스폰서 검사’ 사건과 ‘그랜저 검사’ 사건 등으로 실추된 검찰의 명예와 신뢰를 직시하고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이다.

1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검 2층 대강당. 검사와 수사관 190여 명의 박수를 받으며 단상에 오른 한 지검장은 무거운 표정으로 손수 쓴 취임사를 펼쳤다. 그는 “지금 우리 검찰이 위기에 처해 있고 서울중앙지검은 그 위기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한 지검장은 “사람들이 검찰이 무능해진 것 아니냐, 검찰을 믿을 수 있냐, 검찰이 청렴하냐는 의심을 품고 있다”며 “이러한 현실에 분개하고 부끄러워해야 한다. 검찰의 혼을 지키겠다는 단호한 결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필사즉생(必死則生) 필생즉사(必生則死)’를 인용하면서 “죽기를 각오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 모두 온몸을 바쳐 분투하자. 나부터 백의종군의 자세로 매진하겠다”며 비장한 어조로 말할 때에는 장내가 숙연해졌다.

이어 한 지검장은 변화의 방향으로 △원칙과 정도를 지키는 수사 △특별수사 패턴의 변화 △조직 역량 극대화 및 감찰 강화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특히 특별수사 패턴의 변화에 대해 “시대가 변하면 수사기법과 방식도 진화해야 한다. (진술에 의존하는) 사람 중심의 수사, 보물찾기식 수사는 이제 성공할 수 없다”며 “정보 수집에서부터 내사, 조사에 이르기까지 분석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지난해 무죄 판결이 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5만 달러 수수 의혹 사건, ‘과잉수사’ 논란과 함께 남기춘 서울서부지검장의 사퇴를 몰고 온 한화그룹 비자금 수사 등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 지검장은 최근 단행된 고검장급 전보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돼 차기 검찰총장 경쟁구도에서 유리한 입지에 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 탓에 검찰 내에선 한 지검장이 ‘기존 수사관행의 과감한 개선’을 강조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한 지검장은 취임 직후 서울중앙지검의 부장검사들에게 설 연휴 직후 주말인 5, 6일 주요현안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겠다며 전원 출근을 지시하는 등 내부 분위기 다잡기에 나섰다. 또 현재의 수사관행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별도의 지시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우선 피의자 조사를 수사관에게 맡기지 않고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대로 검사가 반드시 직접 조사하도록 하고 능력이 뛰어난 수사관들을 예비군 체제로 운영해 대형 사건 수사에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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