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민심은 “개헌보다 민생이 우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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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문제는 먼 나라 얘기 아니냐는 반응이었다.”(한나라당의 한 수도권 의원)

“복지, 그것 좋기는 한데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느냐고 하더라.”(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

설 연휴 여야 국회의원들이 지역구에서 마주한 바닥민심은 정치권의 관심사와는 딴판이었다. 의원들은 개헌이니, 무상복지니 하는 이슈에 대해 지역구민을 설득하려다가 ‘먹고살기도 힘든데 쓸데없는 문제로 시끄럽게 하지 말고 물가와 구제역 파동 같은 민생 문제나 제대로 잡아달라’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설 연휴 직전인 1일 신년 방송좌담회에서 “개헌은 늦지 않았고 (지금 논의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도 설 연휴 이후 개헌 의원총회(8∼11일)를 비롯해 개헌 논의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 “무상복지? 세상에 공짜가 어딨나”… 박지원 “개헌관련 어떤 대화도 불응” ▼

하지만 지역 민심은 개헌에 냉랭했다.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경남 마산갑)조차 “(개헌은) 국민의 큰 관심사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개헌 논의를 주도해온 국회 미래한국헌법연구회 공동대표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전남 목포)는 “개헌의 ‘개’자도 묻는 국민이 없었다”며 “집권여당이 개헌 문제를 계속 불쏘시개로 사용한다면 개헌특위 구성 등 어떤 대화에도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고물가, 일자리,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전세난 등 4대 민생 대란의 종합판을 보는 설 연휴였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내세우는 무상복지에 대해서도 무관심과 냉소적 반응이 많았다고 의원들은 전했다.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서울 금천)은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느냐는 것이 민심”이라고 했고, 호남 출신의 같은 당 비례대표인 이정현 의원은 “우리가 언제 공짜를 바랐느냐며 시큰둥한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민주당에서도 무상복지론의 후유증을 우려하는 의원이 적지 않았다. “세금을 올리지 않고도 의료와 보육이 무상으로 가능하냐는 질문이 많았다”(전병헌 의원·서울 동작갑)거나 “무상시리즈로 역풍 맞는 것 아니냐”(강기정 의원·광주 북갑)는 걱정들이 많더라는 얘기다.

지역 간 이해가 엇갈리는 국책사업을 놓고는 지역 민심이 들끓었다고 의원들은 전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와 관련해 자유선진당 류근찬 최고위원(충남 보령-서천)은 “(연휴 직전 이명박 대통령의 ‘백지에서 선정’ 발언 때문에) 충청도 민심은 기름만 부으면 활활 타오를 정도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충청도는 하늘이 버린 땅이냐는 격한 말들이 나왔다”고 했다. 반면 한나라당 서상기 의원(대구 북을)은 “경북 경주와 포항 등 대구경북 지역으로 과학벨트를 가져와야 한다는 데 (지역에선) 이론이 없다”고 맞섰다.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놓고도 한나라당 조원진 의원(대구 달서병)은 “정치논리를 배제하고 (경남 밀양으로) 선정돼야 한다는 게 민심”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박민식 의원(부산 북-강서갑)은 “경제적 우위뿐 아니라 1990년대부터 부산이 신공항을 요구해 왔다는 점에서 ‘의리’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데 지역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상반된 민심을 전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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