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北주민 31명 서해 통해 南으로]주민처리 3가지 경우의 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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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일부 귀순 → 3대 세습 타격 ② 모두 귀환 → 대화모드 유지 ③ 모두 귀순 → 남북관계 경색

연평도에 표류한 북한 주민 31명에 대한 향후 처리는 어떻게 될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들의 ‘미래’는 전적으로 본인 의사에 달려 있다. 배가 표류해서 남쪽으로 왔기 때문에 이들이 북한 귀환 의사를 밝히면 남북 간 간단한 행정 절차를 통해 돌려보내면 된다. 그런데 31명의 의견이 엇갈리면 처리 절차가 다소 복잡해진다.

○귀순자 처리 방향은?


31명의 처리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대략 3가지다. △모두가 북한 복귀를 희망하거나 △일부가 복귀를 희망하고 일부는 귀순 의사를 밝히거나 △모두가 귀순 의사를 표명하는 경우다.

모두가 북한으로 복귀를 희망할 경우 정부는 판문점 적십자연락관을 통해 북측과 송환 날짜를 협의한 뒤 인도적인 절차에 따라 북측에 넘겨주면 사안은 종결된다. 일부가 복귀를 희망하고 일부가 귀순 의사를 밝힐 경우 북한 복귀자들은 남쪽에 남는 사람들에 대해 비난 공세를 벌이며, 남쪽에서 납치한 것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31명 사이에 벌어진 내부 분열의 책임을 남쪽으로 전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모두가 남한으로 귀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다면 북한 당국이 나서서 납치 의혹을 제기하고, 남북 관계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미 이들 중 일부는 관계기관 합동조사 과정에서 귀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북한의 반발 및 비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들이 연평도로 오게 된 경위를 철저하게 조사하고 개인의 자유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을 밟을 계획이다.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주민들은 정부 합동신문기관인 ‘대성공사’에서 신원확인 절차를 거친다. 대부분 탈북자는 보통 1주일 정도 조사받지만 행적이 의심스럽거나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인사들은 한 달에 걸쳐 조사를 받는다. 이들에 대한 조사기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북한과 문제가 될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더욱 철저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 관계에 새로운 변수 되나


31명 가운데 일부 또는 대부분이 귀순할 경우 북한이 반발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북한은 2012년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라고 강조하며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에 매진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혀 왔다. 후계체제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당정군 권력을 장악하는 한편 후계자로서의 자질에 대해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연초부터 대규모 귀순 사태가 불거진다면 3대 세습 구축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북한이 이번 사안을 체제 유지와 연관된 정치적 사안으로 민감하게 받아들인다면 당장 8일로 예정된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북한이 이번 사안을 남측의 의도적인 공작으로 몰아간다면 예상치 못한 분야에서 남북 대결구도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군사회담의 진척을 통해 6자회담 재개 무드를 조성한다는 북한의 구상이나, 남북 간 비핵화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겠다는 남측의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질 공산이 있다. 다만 북한이 남북 군사실무회담을 통해 경제 제재를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면 이번 사안을 마치 ‘모르는 사안’인 듯 무시하고 지나갈 가능성도 있다. 뜻하지 않은 대규모 귀순 사태가 북한의 진정한 남북대화 의지를 판단하는 ‘리트머스시험지’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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