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한 주민 31명이 정부 합동신문조의 개별 조사 과정에서 모두 북한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함에 따라 정부는 전원 송환 방침을 정하고 그 시점과 방법을 저울질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7일 “사흘에 걸친 조사 과정에서 일부 북한 주민이 귀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았다”며 “그러나 최종 확인 결과 31명 전원이 송환을 원했다. 조만간 인도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8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남북 군사실무회담에서 북한이 이들의 송환 문제를 거론할 것으로 보여 송환 일정 등은 실무회담 이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주민의 송환 경로는 육로와 해로 두 가지가 있다. 우선 타고 온 어선에 다시 태워 서해 해상에서 NLL을 넘어가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2002년과 2003년 남측은 NLL 아래로 표류해 나포한 북한 선박을 NLL 선상에서 인계한 바 있다. 하지만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NLL을 둘러싼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북한이 NLL을 사실상 인정하게 되는 이 방법을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판문점을 통해 북한 주민들을 인계하는 방식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북한이 어선을 인수하려면 서해 NLL을 통해야 한다.
북한 주민 31명 전원이 귀환을 희망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 사회의 특수성을 이유로 꼽았다. 이들이 설령 일부가 귀순할 의사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를 실행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귀순 의사를 밝힐 경우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 주민 31명 가운데 여성이 20명에 달하지만 아이들이 없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탈북을 통한 귀순의 전형적인 형태는 가족 단위로 이뤄지는 만큼 이들이 계획된 탈북을 추진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배에 탑승한 북한 주민은 가족 단위가 아닌 작업반으로 자발적으로 NLL을 넘어온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 사회의 속성상 일부만 귀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2005년 목선으로 NLL을 넘어온 A 씨(45)는 “북한 주민들은 의견을 통일해 전원 귀순하든가 전원 북으로 귀환을 택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으로 돌아간 일부가 영웅 대접을 받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일부가 귀순했다는 사실에 대한 입막음을 위해 남한에 남은 사람들을 제대로 교양하지 못했다는 명목으로 가혹한 탄압을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탈북자 출신 정치학 박사인 안찬일 세계북한문제연구센터 소장은 7일 본보 기자와 만나 “앞으로 서해와 동해를 이용한 해상 탈북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난해 3대 세습 후계자인 김정은이 등장한 이후 북한 당국이 두만강과 압록강 등 북-중 국경지역 일대에 탈북 방지용 철조망과 콘크리트 장벽을 설치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육로 탈북이 어려워져 최근 중국 동북3성 등에는 탈북자들이 크게 줄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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