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주얼리호를 지켜낸 한국인 탑승자 8명이 7일 오후 한 자리에 모였다. 청해부대 구출작전으로 무사히 돌아온 선원 7명이 이날 석해균 선장(58)이 입원 중인 경기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아주대병원을 찾은 것.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정확히 17일 만이다.
사지(死地)에서 돌아온 선원들이지만 '캡틴' 앞에 서자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무엇보다 "소말리아로 끌려가서는 안된다"고 독려하며 '해적 방해 작전'을 진두지휘하던 석 선장이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채 누워있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오열하거나 울먹이는 선원은 없었다. 슬픔이 가득해 보였지만 감정을 억누르는 모습이 역력했다. 서슬 퍼런 해적 앞에서 용기와 기지를 발휘했던 선장을 앞에 두고 차마 눈물을 흘릴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대신 선원들은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에게 "우리 캡틴 꼭 살려주세요"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이 교수는 선원들의 손을 잡으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기용 1등항해사(46)는 "선장님은 우리 상관이자 우리를 위해 온갖 위험을 무릅썼다"며 "우리 모두의 은인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선원들은 그러나 석 선장 가족을 만난 자리에서는 끝내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했다. 무엇보다 자신들만 건강히 돌아왔다는 미안함이 컸다. 선원들은 석 선장의 부인 최진희 씨(58)와 둘째 아들 현수 씨(31)를 만나자 "진작 찾아왔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우린 (무사히) 살아왔으니 괜찮지만…" 등의 말을 쏟아냈다. 몇몇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굵은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
감정을 추스린 선원들은 "선장님은 강한 분이다. 곧 일어나실 것"이라며 가족들을 위로했다. 최진경 3등항해사(25)는 "아버지 같은 분이다. 빨리 일어나셔야 한다"고 말했다. 김두찬 갑판장(61)은 "쾌유 바란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얼른 털고 일어나야 한다"고 했다. 선원들은 "또 오겠다"는 말을 남긴 채 한 시간 남짓 짧은 면회를 마치고 이날 밤 늦게 부산으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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