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지도부 개헌 추진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8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안상수 당 대표(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를 비롯한 지도부가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한나라당의 개헌 의원총회 첫날은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의 독무대였다. 이날 의총에는 한나라당 전체 의원 171명 중 130명이 참석했다. 63%의 높은 출석률을 보여 개헌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데는 일단 성공한 셈이다.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도 30여 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8일 발언자로 나선 22명 모두 친이계였다. 친박계 의원들은 이날 한 명도 발언하지 않았다.
발언자 중 개헌에 반대한 의원은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측근인 차명진 의원과 당내 소장파 모임인 민본21의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태 의원 등 2명뿐이었다. 20명은 개헌 필요성을 역설하며 당내 개헌 논의기구를 띄우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 친박계 불신 해소에 안간힘
이날 의총에서 첫 발언자는 이재오 특임장관의 핵심 측근인 이군현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2007년 17대 국회 당시 한나라당이 18대 국회에서 개헌을 추진하기로 당론을 모았다”며 국민과의 약속과 신뢰를 강조했다. 지난해 세종시 수정안 논쟁 당시 박근혜 전 대표가 ‘원안 고수’의 논거로 애용했던 키워드를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친이계 의원들은 대통령 5년 단임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라는 표현을 빈번히 썼다. “개헌 추진은 내년 대선 판을 흔들어 박 전 대표를 견제하려는 정략적 의도”라는 친박계 의원들의 불신을 해소하려는 듯 들렸다.
김성동 의원은 “(당내) 개헌특위를 구성하되 성비와 연령, 계파를 반영하자”며 개헌 논의과정에 친박계의 참여를 유도했다.
사실상 개헌 의총을 이끌어낸 이 장관은 이날 참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도 자신의 트위터에 “개헌을 두고 친이와 친박이 서로 다투거나 얼굴을 붉힐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외곽에서 ‘친박 달래기’를 시도했다. ○ ‘개헌 실기론’ 정면 돌파
친이계 의원들은 이미 개헌 시기를 놓쳤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데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고승덕 의원은 “구제역 때문에 개헌을 못한다면 우리나라에 소가 살아있는 한 개헌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주영 의원도 “민생 현안 때문에 개헌 논의를 할 수 없다면 국가 발전의 중장기 전략은 언제 마련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이 개헌 의총을 열면서 9일부터 11일까지 잇달아 구제역과 물가 등을 논의하기 위한 당정회의를 잡은 것도 “민생 현안은 외면하고 개헌 논의에만 매달린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당 관계자는 전했다.
○ 친박계 침묵의 의미
이날 친박계 의원들은 침묵으로써 사실상 개헌 의총을 보이콧했다. 재선의 한 친박계 의원은 “첫날 의총에서 무슨 얘기를 하나 궁금해 많은 친박계 의원이 참석했지만 9일 의총에는 참석자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9일 의총에서도 친박계는 ‘무언의 항의’를 통해 개헌 의총을 ‘친이계만의 리그’로 만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 친박계인 서병수 최고위원은 “굳이 친박계가 발언을 해 개헌 문제를 계파 갈등으로 몰고 갈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의총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가능하면 9일 의총에서 당내 개헌 논의기구를 만드는 데 합의를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친박계의 침묵 속에 친이계 의원들만 나서서 똑같은 주장을 반복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 당내 논의기구를 통해 구체적 개헌 당론을 논의함으로써 개헌 동력을 계속 살려보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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