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 합의의 당내 번복으로 내상을 입은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퇴로 찾기’에 분주하다.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대표 간 청와대 회동을 성사시키는 데 다걸기(올인)한 분위기다.
대통령 유감 표명 없이 등원에 합의하고 권한 밖에 있는 이 대통령과 손 대표 간 청와대 회담을 추진하다 뭇매를 맞은 터여서 ‘등원 전 청와대 회담’이 성사되지 않으면 입지가 위축될 것이기 때문이다. 원내대표 임기는 4월 말까지여서 이번 ‘사고’를 수습하지 못할 경우 당권 도전 등 차후 행보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박 원내대표는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 등원은 영수회담이 이뤄진 뒤에 협의를 해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어제(의원총회)의 주된 토론 내용이라고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주 영수회담이 열리면 이 자리에서 지난해 12월 ‘예산 날치기’에 대한 대통령의 유감 표명이 반드시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영수회담 후 등원’ 기조를 꺼내 여권을 압박한 것이다.
그는 “본래 여당과의 대화 창구는 원대대표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영수회담 필요성에 공감했고 대통령도 TV 대화에서 ‘영수회담을 하겠다’고 해서 합의한 것이다. 원내대표가 정국주도권을 행사했다는 것은 오해”라고 해명했다.
평소 ‘군기반장’을 자임하면서 자신만만했던 그가 이날 일관되게 ‘겸손 모드’로 머리를 숙인 것은 손 대표의 강경한 태도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 측 차영 대변인은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영수회담 여부를 떠나 예산안 파동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이뤄져야 등원할 수 있다는 게 손 대표의 확고부동한 의지”라고 말했다.
한편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이날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나는 (한나라당 대표 시절) 김대중 대통령과 9차례나 영수회담을 했지만 대통령한테 사과를 조건으로 해서 영수회담을 해본 적이 없다”며 손 대표를 비판했다. 그는 “내가 구제역 수습을 위해 (영수회담을) 하자고 했을 때 (민주당이) 거부하지 않았나. (대통령과 민주당 대표가) 단 둘이 만나야 한다는 식으로 말을 하는 소아병적인 사고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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