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할 수 없는 곳에는 식량 지원도 없다(No access, no food)’는 원칙을 견지할 것이다. 북한 식량의 실태조사와 지원은 우리가 고수해온 이 원칙에 따라 진행할 계획이다.”
이달부터 북한의 식량 실태조사에 들어가는 세계식량계획(WFP)의 마커스 프라이어 아시아담당 대변인(사진)은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원칙을 수차례 반복해 강조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WFP가 지난해 11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공동으로 북한 식량실태 보고서를 내놓은 지 석 달도 안 돼 다시 이뤄지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미국이 대북 식량지원을 재개하기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프라이어 대변인은 “지난달 북한에서 식량조사 요청을 먼저 해옴에 따라 재조사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라며 “혹독한 겨울 추위로 채소 작황이 매우 나빠졌고 지난해 여름 수해 여파도 식량 수급에 계속 영향을 줬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식량 조사는 3개월 전과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구체적인 조사 규모와 기간은 WFP 평양사무소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조사는 황해남북도 등 7개 도에서 13일간 진행됐다.
그는 “(미국 정부의 대북 식량지원이 중단된 이후에도) WFP는 북한의 임산부와 어린이에게 콩과 옥수수 등을 섞은 인도적 식량지원을 계속해 왔다”며 “하지만 지원국들이 (분배) 투명성 등의 문제로 지원을 꺼리면서 목표액의 20%만이 들어왔다. 3월부터는 이마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따라서 대북 식량지원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No access, no food’ 원칙에 따른 식량분배 과정의 모니터링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WFP는 2008년 50만 t의 식량을 지원하기로 한 북-미 간 합의에 따라 17만 t을 전달했으나 이후 한국어를 사용하는 모니터링 요원의 배치 문제 등을 놓고 충돌이 빚어진 뒤 지원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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