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군사실무회담 결렬]北 ‘식량’ 걷어찰수는 없어… 냉각기 뒤 대화 나설듯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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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북관계 영향은

북한이 9일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책임을 전면 부인하고 군사실무회담을 결렬시킨 데 따라 앞으로 남북대화는 물론이고 북핵 6자회담 재개에도 상당한 험로가 예상된다.

○천안함 부인이 노린 두 가지 균열

이날 북한의 태도는 ‘남북대화를 통한 관계 진전 이후 북한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재개’라는 한미 양국의 합의를 근본적으로 공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남북관계 진전의 조건으로 ‘북한의 천안함 및 연평도 도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와 ‘비핵화의 진정성 확인’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내걸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군사실무회담부터 천안함 사건을 부인한 이상 고위급 군사회담에서도 태도를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고 결과적으로 정부가 내건 첫 번째 조건은 실현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북한은 ‘6자회담을 하고 싶으면 적어도 천안함 문제는 논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배수진을 친 셈이다.

이는 대북 대화를 둘러싼 남한 내부와 한미일 공조체제의 균열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우선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해결이 6자회담의 전제조건이 돼야 한다’는 통일부와 ‘직접적인 전제조건은 아니다’는 외교통상부 사이의 의견 차이를 다시 자극할 개연성이 있다. 정부가 지난달 28일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 통일부의 의견을 정부의 방침으로 확정했지만 여전히 당국자들 사이에 견해차가 존재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천안함 문제로 남북대화가 지연되는 동안 미국이 독자적인 대화 재개 행보에 나서 결과적으로 한미동맹이 균열되는 상황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집권 후반기를 맞아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원하고 있는 기류를 읽고 한국을 미국의 걸림돌로 만들어 이간질을 하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은 북한의 태도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가 아직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추가 움직임을 좀 더 지켜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고위급 군사회담의 개최 시기와 의제 등을 놓고 남북 양측이 줄다리기를 시작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당분간 대화 단절 속 기 싸움 할 듯

이날 군사실무회담의 결렬로 당분간 남북대화 자체가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천안함 사건은 자작극’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북한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한 상황이다. 통일부는 이날 북한의 적십자회담 개최 제안에 원칙적으로 응하겠다는 통지문을 보냈지만 이날 군사실무회담 결렬로 적십자회담도 사실상 무산됐다.

미국도 당장 대북정책 기조를 전환하기보다는 동맹국인 남한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태도로 향후 추이를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북 식량지원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인할 것으로 보인다. 방한 중인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대북인권특사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북 식량지원의 3대 원칙을 밝혔다. 그는 “북한이 필요로 하고 투명성을 지키며 다른 나라들과의 균형을 고려할 때 모든 조건이 맞으면 정치적 고려 없이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3대 세습의 확립을 위해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와 식량 지원을 필요로 하는 북한도 남한과의 대화를 계속 거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북한도 미국, 일본과 대화하려면 남한을 통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며 “북한은 천안함 사건을 6자회담 재개의 조건에서 떼어내고 동시에 비핵화 진정성에 대한 기준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한두 번은 더 남한에 대화를 제의해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전향성을 보이고자 영변 핵시설 등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해 ‘비핵화 진정성’을 먼저 선언하고 나설 수도 있다. 반면에 대외적인 무력도발을 통한 극단적 단절을 시도할 수도 있다. 윤덕민 교수는 “대화가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북한이 대화 기조에서 무력 도발로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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