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당 창당 3년… 昌 “곁불 쬐는 정치 안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1일 03시 00분


北응징 촉구 등 존재 부각

“진작 저렇게 했다면 벌써 청와대 주인이 됐을 텐데….”

10일 창당 3주년 기념식을 맞은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사진)를 바라보며 한 당직자가 혼잣말처럼 되뇌었다. 대법관, 감사원장, 국무총리, 두 차례 원내 제1당 대선후보라는 화려한 지난날을 뒤로하고 8석 미니정당으로 새출발한 지 3년. 이제 옛날의 ‘뻣뻣했던’ 이회창은 없다는 얘기였다.

이 대표는 요즘 20대 당직자들과 스스럼없이 튀김, 오뎅을 나눠 먹는다. 당직자들과 자주 설렁탕 회동도 한다. 당 체육대회에서 족구, 달리기, 줄다리기 등 전 종목을 모두 뛰고 당 대표실을 불쑥 찾는 대학생들에게도 차 한 잔을 건네며 시간을 낸다. 유력 대선후보 시절 썰렁하고 인간적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는 소리를 들었던 것과는 딴판이라고 주변 사람들은 평가한다. 설 연휴 직후 빨간 어깨띠를 두르고 청와대를 항의 방문한 그의 얼굴에서 궂은 일, 체면을 구길 수도 있는 일을 마다하지 않고 낮은 데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결기를 느꼈다는 측근도 있다.

국가안보를 비롯해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대쪽’ 같은 논평정치로 국가정책의 정쟁화를 막는 균형추 역할을 한다는 평가도 있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정진석 추기경을 ‘골수반공주의자’라고 비난했을 때는 “그대들이 시위하고 소리칠 곳은 북한의 강제수용소다”라고 일갈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창당기념식에서 “곁불 쬐는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의 주목 받은 발언들 ▼

○ 2011년 1월 28일 “종주국의 심부름꾼 노릇이나 하는 비겁한 사고에 사로잡힌 자다. 미국과 중국은 우리의 종주국이 아니다.”(정부 고위당국자가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6자회담 재개의 직접적 전제조건은 아니다”라고 언급하자)

○ 2011년 1월 5일 “서해5도 학생들에게 대학 정원 외 입학까지 허용하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북한의 무력 도발이 있을 때마다 그 지역의 학생들에게 정원 외 입학을 확대해 나갈 것인가.”(정부가 서해5도 출신 학생들의 대학 정원 외 입학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하자)

○ 2010년 12월 27일 “국가의 자존심을 저버린 즉흥적인 대응이다. 불법 어로 사실이 분명한 범법 행위에 대해 사법적인 조치 없이 곧바로 석방하면 앞으로 불법 어로 행위에 대해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정부가 해경 경비함을 들이받은 중국 어선의 선원을 송환하자)

○ 2010년 12월 13일 “정말로 하느님 말씀과 정의를 위해 순교할 용기가 있다면 안전한 서울광장 촛불시위에서나 앞장서지 말고 삭풍과 탄압이 휘몰아치는 광야로 나가라. 그대들이 시위하고 소리칠 곳은 북한의 강제수용소 앞이다.”(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정진석 추기경을 골수반공주의자라고 비난한 데 대해)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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