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변화하는 아시아에서의 미일관계 재가동’이라는 주제의 학술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9일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북한의 노력 없이 ‘다음 단계’는 없다”며 “그 같은 상황 진전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즈워스 대표는 “6자회담이 제자리를 다시 찾아가는 데 가장 근본적인(essential) 다음 조치는 남북관계 개선”이라며 “그 책임은 명백히 북한에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6자회담 프로세스가 앞으로 나아갈 충분한 토대(foundation)는 있다”고 말해 대화로 북핵문제를 해결하려는 외교적 노력에 진전이 있음을 시사했다. 보즈워스 대표는 지난달 4∼7일 한중일 3국을 차례로 방문했다.
보즈워스 대표는 이날 ‘변화하는 아시아에서의 미일관계 재가동’이라는 주제로 미일연구재단(USJI)이 주최한 학술세미나가 끝난 뒤 동아일보와 가진 즉석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 일본 중국 등을 방문할 때 즉석에서 현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약식 기자회견을 했지만 2009년 12월 방북 직후 국무부 특별브리핑 이후엔 공식 기자회견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지난해 1월 14일 미국 워싱턴 시내의 한 호텔에서 열린 ‘미주 한인의 날’ 기념행사에서 축하연설을 한 것이 비공식 기자 접촉의 마지막이었다.
처음에는 “크게 할 말이 없다”면서 고사하던 보즈워스 대표는 “간단히 하자”며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북한문제 진전의 1차 책임은 북한에 있으며 남북대화의 진전이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논의의 대전제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지난달 방중 시 북한이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파견해 대화하고 싶다는 의사를 타진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사실이 아니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와의) 뉴욕채널을 통한 것 말고 북-미 간에 추가적인 대화는 없었다. 뉴욕채널에서는 절차적인 것을 다룬다.”
―북한을 다시 방문할 가능성은 있나.
“6자회담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데 가장 근본적인 다음 조치는 남북이 지금보다 나은 자리에 도달하는 것이라는 점을 북한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부담(burden)은 명백히 북한에 있다.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려는 노력 없이 추가적인 조치는 매우 어렵다는 것을 북한은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그 같은 조치가 취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남북 군사실무회담이 결렬됐다.
“너무 지나치게…. (잠시 말을 멈춘 뒤)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므로 장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예측하기는 곤란하다. 좀 더 두고 보자.”
―남북한과 미국의 3자회동 등 6자회담 외에 다른 포맷의 대화를 검토하고 있나.
“남북대화가 우선이다. 그 다음에 상황 진전을 보겠다.”
―천안함 폭침사태에 대한 북한의 사과가 전제조건인가.
“한국에 달린 일이다. 만족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미국이 아니다. 한국이 만족해야 하는 것이다. 6자회담 프로세스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토대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중절모를 쓰고 돌아서는 보즈워스 대표에게 마지막으로 대북 식량지원 재개 여부를 물었다. 그는 “현 단계에서는 검토하고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필립 크롤리 미국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9일 브리핑에서 “현 시점에서 북한에 식량 지원을 재개할 계획이 없다”며 “식량 지원이 재개된다면 정작 필요한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식량이 돌아가지 않도록 식량 분배를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크롤리 차관보는 남북한 군사실무회담이 북한의 퇴장으로 결렬된 데 대해 “이번 회담은 남북한 간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북한이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지만 북한은 이런 기회를 상실했다”고 말했다.
한편 미 상원의 일부 의원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나타내기 전까지 6자회담을 재개해서는 안 된다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게 촉구했다.
국방위 소속의 존 매케인 의원(공화당)과 존 카일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 조지프 리버먼 상원 국토안보위원장(무소속) 등 3명은 지난주 클린턴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이같이 밝혔다.
의원들은 “지난해 12월 6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 이전에 북한이 먼저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의지를 증명해야 한다는 기준을 마련했다”며 “이 같은 기준이 충족될 때까지 6자회담을 시작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의지에 변함이 없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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