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외화벌이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자금 금고 역할을 해온 노동당 산하 ‘38호실’을 부활시켰다. 또 영화부를 신설하는 등 김 위원장의 3남 김정은으로의 세습구도 확립을 위해 당과 행정체계 등을 손질한 것으로 확인됐다. ○ 다시 문 연 38호실
통일부가 14일 공개한 ‘2011년 북한권력기구도’에 따르면 북한은 2년 전 ‘39호실’로 통합해 운영하던 38호실을 다시 개별 전문부서로 분리시켰다. 38호실은 무역과 호텔 운영 등으로 달러를 벌어들여 김 위원장 가족의 자금으로 관리하는 부서. 그러나 2009년 마약 및 무기 거래와 ‘슈퍼노트(100달러짜리 위폐)’ 제작 등으로 외화를 챙기는 39호실에 통합됐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해 중반부터 38호실이 별도로 활동한다는 정보가 잇따라 들어왔다”며 “성격이 서로 다른 두 부서를 통합한 이후 기대했던 만큼의 효율성이 없었다는 판단에 따라 원상 복귀시킨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심각한 외화난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38호실 실장이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39호실은 김 위원장의 비자금 관리 총책임자로 알려진 전일춘이 맡았다. 고려은행 같은 주요 금융기관과 대성타이어공장 같은 공장, 기업소 100여 곳을 직영하는 39호실은 지난해 미국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 제재 리스트에 올라 대외 활동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후계자의 업적 쌓기 포석?
북한은 38호실 부활과 함께 영화부를 신설해 기존 18개였던 노동당 전문부서를 20개로 늘렸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6월 강능수 내각 부총리 임명 소식을 전하며 2010년 초부터 당시까지 영화부장을 맡았다고 소개한 바 있다. 현재 영화부장이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김정은이 그 역할을 맡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영화부 신설에 대해서는 “과거 김 위원장이 그랬듯이 김정은도 영화 같은 문화예술 분야에서 업적을 쌓아 능력을 인정받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지난해 영화 외에도 국립연극극장을 증축하고 향산호텔에 따로 공연장을 만드는 등 문화예술 분야에 부쩍 투자를 늘린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북한에서 예술문화 활동은 선전선동의 주요 매체로서 중요한 정치적 기능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도 후계자 시절인 1970년 전후에 ‘피바다’ ‘꽃 파는 처녀’ 같은 영화 제작을 주도해 김일성 주석으로부터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최근 여러 차례 관람한 경희극 ‘산울림’도 김정은과 연관성이 있다고 본다”며 “북한이 사상지도 측면에서 관련 부서의 필요성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노동당 조직구조도에서는 지난해까지 당 중앙위원회와 대등한 관계로 표시됐던 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중앙위 산하 기구로 변경됐다. 이는 지난해 북한이 발표한 노동당 개정 규약에서 정확한 상하관계가 확인됨에 따라 수정한 것이라고 통일부는 설명했다.
○ 뜬 인물, 진 인물
통일부가 이날 함께 공개한 2011년 ‘북한 인명집’과 ‘북한 주요인물’ 책자에는 김정은이 처음으로 포함되는 등 새로 등장한 후계자와 그를 보좌할 측근들에 대한 상세한 이력이 담겼다. 이 중에는 처음으로 존재가 확인된 김경옥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눈에 띈다. 김정은 후계구도의 핵심 인물로 떠오른 김 부부장은 지난해 9월 김정은,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과 함께 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았다.
이 밖에 특별시로 승격된 남포시의 강영모 시당 책임비서 등 모두 37명이 새로 포함됐다. 반면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 등 사망했거나 2004년 이후 활동 기록이 없는 27명은 명단에서 삭제됐다. 화폐개혁 실패로 숙청됐다고 알려진 박남기 당 계획재정부장의 이름은 처형설이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책자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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