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5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남하한 북한 주민 31명의 송환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사건 발생 12일째인 16일에도 이들을 상대로 합동신문을 실시하고 있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송환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당초 북한 주민 모두가 북한으로의 귀환 의사를 나타냈다는 정부 발표 이후 조만간 전원 송환될 것으로 예상됐다. 북한적십자회는 남북 군사실무회담이 열리기 전날인 7일 북한 주민들을 즉각 돌려달라고 요청했고, 남측 대한적십자사는 조사가 끝나면 본인 의사에 따라 결정한 뒤 북측에 알려주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31명을 개별 조사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필요한 정보도 얻어야 한다”며 “북한 주민들의 의사를 정확히 확인해 최대한 이들의 자유의사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최근 정부의 합동신문 조사 강도가 강화돼 시간이 더 걸린다”면서 “북한 주민의 심경을 정확히 파악하기 전에 송환할 경우 더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이들의 송환 문제를 향후 대북 접촉과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당국자는 “북한도 과거 남한 어선을 나포한 뒤 30일 이상 붙잡고 있다가 대화를 요구하면서 풀어준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2009년 7월과 지난해 8월 각각 동해에서 800연안호와 대승호를 나포해 선원들을 조사한 뒤 30일간 억류하다 풀어줬다. 이 관계자는 “북한은 2009년 여름에도 개성공단 근로자 유성진 씨를 136일간 억류했다 석방한 사례가 있다”며 “당시 북한은 유 씨의 석방을 남북 대화에 최대한 활용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전례를 감안해 정부가 북한 주민들을 당장 돌려보내기보다 좀 더 시간을 두고 북한의 반응을 지켜보기로 방침을 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28일 시작되는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키리졸브’가 끝나는 다음 달 중순경 남북 접촉을 제의할 경우 북한 주민의 송환 문제를 화두로 북한과 대화를 이끌겠다는 복안이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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