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선진일류국가 기초 닦아놓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0일 15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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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하기 힘들다' 생각 없어"
"내리막 아닌 평지 뛰듯 5년하고 바통 넘기겠다"

이명박 대통령은 20일 취임 3주년(2월25일)을 앞두고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북악산 산행을 한 뒤 오찬을 함께 하면서 지난 3년과 남은 임기 2년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집권 4년차를 맞아 일부에서 제기되는 권력누수현상(레임덕)에 대해 평소 소신대로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일하는 대통령'으로서 남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사람들은 3년이 지났으니까 높은 산에서 내려온다고 하는데 그것은 너무 권력적 측면에서 세상을 보는 것"이라면서 "나는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고 평지에서 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집권 3주년을 맞아 소회를 묻는 질문에 "그걸 지금 답하면 맥이 빠진다. 답변은 2년 이후로 유보하겠다"면서 내놓은 것이다.

이 대통령은 "평지를 5년 뛰고 다음 선수에 바통을 주는 것"이라면서 "더 우수한 선수가 받으면 속도를 내고 우승을 하는 것이지, 권력이 있어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이런 개념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재임 동안) 대한민국이 선진 일류국가를 이룰 수 없더라도 기초를 어느 정도 닦아 놓고 가겠다"면서 "바통을 받은 사람은 더 쉽게 가고 대한민국이 잘살기만 하는 게 아니고 존경받는 나라가 되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 시장을 4년 해보니까 4년을 2년 같이 일할 수 있고, 8년처럼도 일할 수 있다"면서 "(대통령 임기) 5년을 10년처럼 일 할 수 있고, 2년도 안 되게 일할 수 있다. 앞으로도 2년 남았으면 아직도 몇 년치 일을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대통령 해먹기 힘들다' 그런 생각이 없다"면서 "대한민국 국민의 대통령이라는 것을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한 치의 의심할 여지도 없다"고 결연함을 나타냈다.

이는 앞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여러 정치적 어려움에 맞닥뜨리자 "대통령 해먹기 힘들다"고 말한 것을 빗대어 얘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출입 기자들과 산행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주말에는 청와대 전 직원과 함께 같은 코스에서 등산을 했었다.

이 대통령은 트레이드마크가 된 검은 선글라스에 검은 모자를 착용하고, 가벼운등산조끼와 바지 차림으로 10분가량 기자단과 준비 운동을 한 후 오전 10시 등반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출발해 1시간30분 만에 정상(해발 342m)에 도착했으며, 다시 청와대에 도착하기까지 총 2시간30분 남짓 산행 동안 거의 땀을 흘리지 않는 등 평소 테니스로 다져진 체력을 과시했다.

평소 시간이 오래 걸려 등산과 골프는 즐기지 않는다는 이 대통령은 "모두 건강을 위해서 1년에 1¤2번 정도는 와야겠다"고 일요 산행에 만족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산에 오르며 "청와대에 와 있으면 뒤에 산이 있는지 앞에 뭐가 있는지 모를 수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사계(四季) 중 언제가 가장 아름다운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서 평소 업무량을 짐작케 했다.

이 대통령은 등산로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국정 지지율을 떠올리게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일에 목표를 세우고 하지 그렇게 정치를 하지 않는다"면서 "그런 것을 목표로 하면 포퓰리즘에 빠지고 일을 못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어떤 사람들은 내려가는 길이 더 어렵다고 한다"고 말해 집권 4년차를 맞아 국정 관리의 중요성을 얘기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평소 체력 관리 방법에 대해 "보양식은 하지 않고 테니스를 즐겨 한다"고 답한 뒤 "어제(19일)도 젊은 선수와 쳤는데 인정사정을 안 봐주더라. 그게 바로 G20 세대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유가 상승 추이에 대해서는 "중동에서 리비아 등 산유국들이 불안하고 그 게 걱정스러운데 어제부터 기름 값이 떨어졌다"면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안넘었으면 한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어 일반인 등산객도 다니는 길에서는 이 대통령을 알아 본 시민과 악수로 인사를 건네고, 기념 촬영을 위한 포즈도 취하며 어울렸다.

또 1.21 청와대 기습사건 당시 총탄의 흔적이 남아 있는 소나무에서는 "김신조가 왔을 때 생긴 것"이라며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외 교적 성과로서 우리나라가 오는 2012년 개최할 핵안보 정상회의가 화제로 오르자 "북한은 그때 강성대국을 선언한다는 데 우리는 50개국을 불러서 회담하고 아이러니한 일"이라면서 "그런데 (개최까지) 1년 더 남았으니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고 할지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른다"고 가볍게 웃으며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놨다.

산행 후 곧바로 이어진 오찬에서는 청와대 구내식당에서 설렁탕에 막걸리를 곁들였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 와서 같이 근무하면 인지상정이 된다"면서 "청와대에 출입하면서 가족적 개념이 없다면 어느 사회에 가서도 문제아라고 본다"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자 폭소가 터졌다.

이 대통령은 한 진보 성향의 신문이 과거 청계천 복원에 반대했던 점을 거론하며 "각 회사의 형편이 있으니까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세상은 어떤 안경을 쓰고 있느냐에 따라 달리 보인다. 안경을 벗고 보면 같은 세상을 볼 수 있다"고 에둘러 언론의 협조를 당부했다.

특히 최근 레임덕 얘기를 의식한 듯 "나는 처음부터 권력을 써본 일도 없으니까 권력을 놓을 일도 없고 뺏길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개헌을 직접 발의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등산 갔다 와서 밥 잘 먹고 그런 딱딱한 질문 하는 것 자체가 분위기에 안 맞다"면서 "다음에 정장하고, 넥타이 매고 답변을 하기로 약속하겠다"고 언급을 삼갔다.

그러나 곧바로 남북정상 회담과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자 김정은과의 회담 가능성에 대해 잇따라 질문하자 답을 내놓으면서도 "차라리 기자회견 하는 게 나을 뻔 했다. 또 질문이 너무 나갔다"고 웃음을 보이며 `타박'했다.

또 부산에 근거지를 둔 한 신문이 부산과 기타 영남 지역간 유치 경쟁이 벌어진 동남권 신공항 문제에 대해 묻자 "어디로 갔으면 좋겠느냐"고 되묻고 즉답을 내놓지 않자 "그 신문이 그렇게 말해 부산에서 팔리겠느냐"고 말해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그러면서 "시원한 답변을 다 못 줘서 미안하지만 (상반기까지 내릴 결정을) 기다리는 것이 좋겠다"면서 "그것을 와샤와샤(소란스럽게) 정치한다고 와샤와샤 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고 정치권의 자제를 촉구했다.

등산 후 오찬 석상에서 당초 예상과 달리 질문 공세가 이어지자 이 대통령이 "이상으로 기자회견을 모두 끝을 내도록 하겠다"고 사회자를 대신해 종료를 선언하면서 오찬 간담회는 마무리 됐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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