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새 장거리미사일 기지를 완공한 데 이어 핵실험장에 추가로 여러 개의 지하갱도를 뚫는 등 동시다발적인 도발 징후를 보이고 있다.
우선 함북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포착된 지하갱도의 추가 굴착 작업은 3차 핵실험을 예고하는 중요한 징후로 볼 수 있다. 한 번 뚫었던 갱도는 핵실험을 하면 다시 사용하기 힘들다. 북한은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 핵실험을 할 때도 여러 개의 갱도를 뚫었으며, 핵실험 뒤에는 폐광처럼 출입구를 봉쇄해 버렸다. 그 때문에 핵실험장에서 한 번에 여러 개의 갱도를 굴착하는 작업은 다분히 추가 핵실험을 예고하는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겨울부터 풍계리 일대에서 장비와 인력 등의 활발한 움직임이 포착돼 미 정찰위성의 집중감시를 받아왔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지하갱도 굴착 과정에서 파낸 토사(土砂)의 양을 분석해 북의 작업 진척도를 추정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현재까지 북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할 결정적 증거는 없지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 정찰위성의 감시를 강화하는 등 한미 정보당국이 북의 동향을 시시각각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달 미국에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명의로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에게 고위급 군사회담을 제의했다가 미국에 거부당한 만큼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러나 정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3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추가 도발을 할 가능성에 대해 “새로운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특별한 징후에 대해 알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이 평북 철산군 동창리에 완공한 새 장거리미사일 기지에서 대포동 2호와 같은 ‘미사일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 지도부가 함북 화대군 무수단리 기지보다 규모가 크고 시설도 현대화된 새 기지에서 ICBM 등을 발사하는 벼랑 끝 전술을 재연해 대미 대남 압박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동창리 기지에선 완공 이전인 2008년 5월에 장거리미사일용으로 추정되는 로켓의 엔진성능 실험이 이뤄졌고, 최근에도 4, 5차례 같은 실험을 한 정황이 군 당국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소식통은 “현재 동창리 기지 내 인력이나 장비의 움직임이 없고, 평양의 병기공장에서 미사일을 실어나르는 정황도 포착되지 않았다”면서도 “북 수뇌부의 의지와 필요에 따라 언제든 발사 준비에 착수할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완공 단계에 있는 황해도 용연군 고암포의 북한군 공기부양정 새 정박 기지도 요주의 대상이다. 이 기지에서 서북도서까지는 직선거리로 50여 km에 불과해 북한은 야간에 공기부양정을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침투시켜 40∼50분 만에 서북도서를 기습 점령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북한이 보유한 공기부양정은 길이 21m, 최대속력 시속 74km인 ‘공방Ⅱ’(35t급)와 길이 18m, 최대 시속 96km인 ‘공방Ⅲ’(20t급) 두 종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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