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민주화위원회와 자유북한방송 등 25개 탈북자단체는 21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임시국회에서 북한인권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북한인권법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동안 2400만 북한 주민의 굶주림과 고통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앞서 18일에는 140여 개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북한인권법 제정을 위한 국민운동본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 190명이 북한인권법 제정 지지 서명을 했다고 밝혔다. 국회에서의 가결에 필요한 의석수(재적 과반수 출석에 출석 과반수 찬성)를 훌쩍 넘어서는 숫자다.
하지만 북한인권법은 여야가 합의한 2월 임시국회 의제에 끼지도 못했다. 민주당의 반대 때문이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지난해 2월 11일 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북한인권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2008년 7월 황우여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포함해 북한인권 관련 법안 4개를 하나로 묶은 것이다. 주된 내용은 △대북 민간단체 지원 확대 △투명한 방식의 대북 인도적 지원 △북한 인권대사 신설 △북한인권재단 및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립 등이다.
법안을 넘겨받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해 4월 11일 딱 한 번 이 법안을 논의한 뒤 손을 놓고 있다. 민주당은 “법안의 실효성이 없고 북한 정권을 자극해 인권 개선을 지연시킬 것”이라며 반대했다. 법사위 한나라당 간사인 주성영 의원은 “북한인권법 같은 민감한 법을 단독 처리할 수는 없다. 민주당을 계속 설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법안이 언제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로 넘어갈지 기약이 없다.
법안 통과 지연으로 민간 대북단체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의 민간 대북단체 지원금액은 현재 연간 수천만 원에 불과하다. 미국 국무부가 해마다 북한 민주화와 인권 증진에 250만∼350만 달러(약 28억∼39억 원)를 지원하는 것이 대북단체들의 주 수입원이다. 그나마 미 정부 예산감축으로 내년에는 전액 삭감됐다. 북한인권법이 제정되면 북한인권재단에 연 100억 원 정도 예산이 배정되고, 이 중 일부를 민간단체에 지원할 근거가 생긴다.
법 통과가 미뤄지면서 북한 정권의 인권침해 자료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립도 구상에 그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북한 정권에 대해 반인도적 인권범죄를 줄이도록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인권대사가 임명되면 국제기구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논의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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