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4일 “21세기 글로벌 정보화 시대에는 장기독재의 지속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위원장 곽승준)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공동개최한 ‘글로벌 코리아 2011’ 포럼의 기조연설에서다.
이 대통령은 “민주주의는 자유와 번영에 가장 크게 기여했고, 인류의 민주주의 염원은 점점 커진다”면서 “튀니지, 이집트에서 시작된 정치개혁 요구가 이를 웅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과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날 발언은 튀니지, 이집트를 거쳐 리비아에 상륙한 중동 민주화 바람을 거론하는 형식을 빌려 북한과 중국의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동아시아에는 중국을 포함해 민주주의 확대라는 숙제를 안고 있는 나라가 다수”라며 “청와대 내부검토 과정에서 꼭 필요한 메시지라 판단해 포함시키기로 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기조연설 후 제1세션 동안 자리에 머물며 오랜 친구인 마하티르 빈 모하맛 전 말레이시아 총리의 연설과 다른 전문가의 발표를 메모를 해 가며 꼼꼼히 들었다.
이날 발표자들은 북한 체제의 취약성과 개방 필요성을 강조했다. 티에리 드 몽브리알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장은 “중국이 북한에 석유를 비롯해 에너지 공급을 중단하면 북한은 며칠 내에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왕지쓰 중국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은 “북한의 급격한 체제 변화는 원치 않지만 중국처럼 개방됨으로써 체제가 안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에서도 이집트, 튀니지에서처럼 내부로부터 변화가 일어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대북 제재는 주민들이 피해를 보게 되므로 제재와 압력에 반대하며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최근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슬람채권법에 대해 “현재의 은행제도는 유대인이 만들었지만 ‘유대교 은행제도’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처럼 이슬람 은행 방식도 하나의 형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슬람채권법으로 (한국이) 혜택을 본다면 어느 종교에 연계돼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는 “중국은 앞으로 연 10% 성장이 어렵고 8%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면서 “1인당 국내총생산이 3000∼4000달러 수준이면 민주화 욕구가 커지고 생산비용도 오른다. 동시에 인구성장률이 둔화해 (생산가능 인구가 줄면서) 지금 같은 고성장은 어렵다”고 내다봤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