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은 27일 북측이 남측의 대북 심리전 발원지(원점)를 조준 격파사격하겠다고 통고함에 따라 대북경계 및 감시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국방부와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남북장성급회담 북측 단장(수석대표)은 이날 오전 8시 남측 수석대표에게 대북 심리전 행위를 비난하고 북측의 대응 원칙을 담은전화통지문을 보내왔다.
북측은 우리 군이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심리전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난한 뒤 "이런 행위가 계속된다면 임진각을 비롯한 반공화국 심리모략행위의 발원지(원점)에 대한 우리 군대의 직접 조준격파사격이 자위권 수호의 원칙에서 단행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방부와 합참은 북측이 전통문을 발송한 의도를 정밀 분석하는 한편 28일부터 시작하는 키 리졸브 연습 기간 도발 명분을 쌓기 위한 전술의 일환인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군은 MDL 및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북한군의 동향을 정밀 감시하고 있으며 상향된 대북 경계태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심리전과 관련한 북측의 조준 격파사격 위협은 지난해 5월24일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북측은 천안함 격침사건에 대한 대북조치 일환으로 심리전을 재개한다는 남측의 발표 직후 인민군 전선중부지구사령관 명의의 공개경고장을 통해 "(남측이) 심리전 수단을 새로 설치할 경우 그것을 없애버리기 위한 직접조준 격파사격이 개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남북이 지난 2004년 MDL 일대에서 심리전 행위를 중지키로 한 뒤 6년여 만에 남측이 대북 군사조치 일환으로 대북 심리전을 재개하고 철거했던 확성기를 다시 설치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군은 MDL 일대 11개 지역에 확성기를 설치했으며 확성기 방송은 출력을 최대로 높이면 야간에 약 24km, 주간에는 약 10여km 거리에서도 들릴 수 있다. 군은 아직 확성기 방송은 시작하지 않고 있다.
이와는 달리 북측의 이날 주장은 보수단체와 군 당국이 대북 전단지와 물품을 북한으로 날려보낸 것에 대한 대응원칙을 천명한 것이다.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원회 송영선(미래희망연대) 의원에게 제출한 `대북심리전 현황'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북한에 살포한 물품은 6억2000만원 상당에 이른다.
구체적으로는 치약 칫솔 비누 화장지 등 실용품 14종, 속옷 모자 장갑 등 의류품 10종, 소화제 감기약 연고 소독약 등 의약품 8종, 볼펜 연필 지우개 등 학용품 4종, 햇반(즉석밥)을 비롯한 식료품과 라디오 등 1만여 점이다.
여기에다 군은 최근 상황 변화에 맞게 해외 시민혁명 등의 내용이 담긴 전단을 새로 제작해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이집트 리비아의 민주화 시민혁명 내용과 '세습정권.독재정권.장기정권은 망한다'는 내용이 담긴 전단 수만 장을 새로 제작해 뿌린 것으로 안다"면서 "다음 달 중으로도 중동 지역 등의 민주화 시위 동향을 담은 콘텐츠 내용을 계속 수정해서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군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300만 장의 심리전단지를 비공개적으로 살포했으나 사실 관계를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북측은 전통문에서 "괴뢰 군부는 옷가지들과 불순 녹화물, 불량 도서들을 담은 바구니를 풍선에 달아 우리측 지역에 들여보내는 범죄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북측은 "자위권 수호의 원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백승주 박사는 "북한 입장에서는 심리전단의 위력이 핵폭탄 위력보다 크다고 보기 때문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심리전 자체를 체제붕괴 의도 행위로 판단해 자위권 수호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측이 남측의 대북 심리전 재개를 비난하기에 앞서 지난 2004년 합의한 '서해 우발충돌 방지와 MDL 일대 선전활동 중지' 합의서를 일방적으로 준수하지 않은 것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북측은 2008년 5월부터 서해 우발충돌방지에 관한 합의사항을 준수하지 않고 있으며 작년 3월 천안함에 대한 어뢰공격은 '상대측 함정에 대해 부당한 물리적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합의서 제2조2항을 결정적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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