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국 외교관 ‘상하이 스캔들’]“그녀 통하면 민원 해결” 영사들 결국 ‘함정’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8일 03시 00분


‘상하이 외교가 스캔들’의 주인공 덩 씨와 그가 주중 상하이 총영사관의 전 영사들과 함께 찍은 사진. 왼쪽부터 덩 씨의 결혼식 당시 모습과 H 전 영사, P 전 영사와 찍은 사진. 문건은 K 전 영사가 덩 씨의 협박에 못 이겨 썼다고 주장하는 각서. ☞ 사진 더 보기
《 지난해 11월 중국 상하이 총영사관에서 근무하던 H, K 영사 두 명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국내로 조기 소환됐다. H 전 영사는 법무부 감찰조사가 진행되던 지난달 말 사표를 냈다.임기 9개월을 남기고 조기 귀국한 K 전 영사 역시 현재 국무총리실과 소속 부처의 조사를 받고 있다. P 전 영사는 임기가 끝나 2009년 여름 귀국했지만 뒤늦게 감찰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이 모두 상하이를 떠나게 된 것은 한 중국 여성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나면서부터다. 지난해 상하이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
○ 한국 외교가 초유의 ‘여성 스캔들’

지난해 11월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는 외교통상부로 긴급 공문을 보냈다. ‘영사 2명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현지 근무가 어려운 상태이니 조기 귀국을 희망한다’는 내용이었다. 외교부에서 뒤늦게 현지의 진상을 파악한 결과 상하이 영사관에서 비자 담당 업무를 맡고 있던 H 전 영사는 중국 여성인 덩(鄧)모 씨(33)와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덩 씨에게 ‘이중 비자’를 내주고 덩 씨 주변 사람들에게 불법으로 비자를 발급해준다는 소문이 교민 사회에 파다하게 퍼졌다. 또 K 전 영사는 덩 씨를 H 전 영사에게 빼앗긴 뒤 복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H 전 영사의 부인과 불륜을 저질렀다는 내용의 벽보 수십 장이 상하이 영사관 인근에 나붙기도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H, K 전 영사 모두 영사관에 남아 있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각자 한국의 소속 부처로 복귀시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두 영사가 조기 귀국을 한 뒤 파장은 더욱 커졌다. 덩 씨가 H 전 영사뿐 아니라 K 전 영사, P 전 영사와도 부적절한 관계를 가져 온 것으로 의심되며 이 과정에서 영사관의 주요 자료까지 유출됐다는 제보가 올해 초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 등으로 접수된 것. 총리실 등이 확보한 증거자료에는 K 전 영사가 “나는 다시는 덩 씨를 괴롭히지 않을 것이고 내 사랑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벌금으로 6억 원과 제 손가락 하나를 잘라 드리겠다”며 직접 자필로 작성하고 서명까지 한 각서도 포함돼 있다. P 전 영사가 덩 씨와 얼굴을 맞대는 등 서울 남산과 택시 안 등에서 친밀한 포즈로 찍은 사진도 발견됐다.

덩 씨 사건을 조사한 총리실 등에선 덩 씨가 일종의 첩보원이 아니었느냐는 의심도 하고 있다. 단순한 남녀 사이의 불륜관계라면 이처럼 한꺼번에 여러 명이 동시에 연루되긴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덩 씨가 접촉한 인사들이 모두 상하이 영사관에서 주요 직책을 맡고 있다는 점도 이런 해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감사를 진행 중인 정부 관계자는 “공무원 품위 손상 부분에 대해 추가 조사를 통해 확인될 경우 엄정히 처벌할 것”이라며 “국가기밀 유출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인사들은 총리실 및 각 부처의 조사에서 “덩 씨와 친하게 지낸 것은 사실이지만 불륜관계이거나 국익에 해가 될 만한 정보를 흘린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 상하이판 ‘마타하리(?)’

이 사건에 연루됐거나 덩 씨를 알고 지냈던 상하이 영사관 출신 영사들은 하나같이 덩 씨가 상하이 시 정부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덩 씨가 상하이 시 정부와 관련된 민원을 손쉽게 해결해 줬다는 것. 이 때문에 문제가 된 해당 영사들이 먼저 덩 씨와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상하이 근무 당시 덩 씨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고 K 전 영사에게 덩 씨를 직접 소개했다는 한 전 영사는 “나도 2008년경 한 선배로부터 처음 그 여자를 소개받고 그 뒤로 가깝게 지냈다”며 “공무원인지 아닌지는 지금까지도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덩 씨가 중국 공안 쪽으로 끈이 닿아 있었으며 그것도 굵은 동아줄이었다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해외에 나와 일은 해야 하는데 의지할 데가 없는 외교관들이 상하이 시 정부 쪽과 연결하고 싶은 욕심에 먼저 접근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덩 씨를 알던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중국에는 정식 공무원 외에 비공식으로 활동하는 공산당원이 있는데 덩 씨도 이 중 한 명인 것 같다”고 말했다. 덩 씨 사건을 감찰한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그가 국가정보를 캐내는 스파이가 아니라면 정보를 사고파는 브로커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왜 접근했을까

일각에서는 덩 씨가 한국 영사들과 친분을 쌓은 뒤에는 적지 않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한국 비자 대행 이권을 노렸을 수 있다는 추정을 하고 있다. 덩 씨는 2009년 10월 상하이 한국대사관 비자 발급 대행 기관 중에 중국 J은행의 일부 부서를 포함시켜 달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한국 비자를 받기 위해 ‘웃돈’까지 쓰는 중국인이 적지 않았다. 결국 ‘땅 짚고 헤엄치는’ 짭짤한 수입이 보장되던 사업권을 달라고 한 것.

하지만 사업 추진이 막히자 태도가 돌변했다고 한다. 당시 영사관에 있었던 한 전 영사는 “상하이 총영사관에서 J은행의 비자 대리 업무를 불허한 지난해 이후 덩 씨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고 말했다. 또 이 과정에서 그동안 친밀하게 지내던 한국영사관 사람들에게 협박에 가까운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특히 자신과 H 전 영사 간의 관계를 폭로하는 교민의 투서가 상하이 총영사관에 전달되고 점차 자신에게 좋지 않은 소문들이 교민 사이에서 돌면서부터 그의 협박은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한 상하이 영사관 관계자는 “자신(덩 씨)과 H 전 영사가 ‘부적절한 관계’라는 교민 투서가 대사관으로 들어오고 점점 영사관 내 자신의 입지도 축소되자 덩 씨가 영사들에 대해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며 “당시까지만 해도 덩 씨의 영향력을 믿을 수밖에 없는 영사들이 꼼짝없이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 사랑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각서를 썼던 K 전 영사는 “덩 씨가 불러주는 대로 각서를 쓰지 않으면 내 아이들을 죽이고 내가 중국에서 그릇된 행동을 해왔다고 폭로하겠다고 협박했다”며 “평소 미행과 도청으로 내 신상에 대해 샅샅이 모르는 바가 없는 덩 씨임을 잘 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쓰라는 대로 썼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K 전 영사와 함께 상하이에서 근무했던 또 다른 영사관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영사관에서 처음 사건을 조사했을 당시 K 전 영사가 덩 씨에게 꾸준히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연서도 전달하는 등 업무 이상의 관계가 있었다는 말이 돌았다”며 “업무상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받았던 K 전 영사가 덩 씨에게 나아가 애정까지 느꼈던 게 아닌가 정황상 판단했다”고 전했다.

한편 덩 씨와 상하이에서 인연을 맺었던 영사관 관계자들은 아직도 덩 씨의 영향력을 두려워하며 덩 씨에 대해 말을 꺼내는 것조차 극도로 경계했다. 한 전직 상하이 영사는 “내가 베이징(北京)에서도 근무해 중국 사회에 대해 조금 아는데 중국에선 사람 하나 죽이는 것쯤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며 “한국에 귀국한 이후에도 여전히 덩 씨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털어놨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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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8

추천 많은 댓글

  • 2011-03-08 11:41:00

    이놈의 정권은 명박이새끼부터 졸개까지 어디 제대로 된 새끼가 한마라도 없구만... 이런 건 전부 살처분하야 되는데...

  • 2011-03-08 23:53:41

    신용숙이가 뎡 중국인 아닌지?, 상해 영사관 H,P,K 영사들과 한조 한통속으로써뗭씨와동일인 같으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한국민 원수를 비방 한단 말인가? 빨갱이 아니면 이북첩자 아니면 뎡중국인 일것이다. 사사건건 정부수반을 욕한다는것은 전쟁시에는 총살이다. 유언비어 유포죄와 국가원수 모독죄,사회 혼란죄 등이다.

  • 2011-03-08 14:42:38

    상하이 한국 영사관에서 3명이나 한여자를 갖이고 그짖거리를 하고 같은 영사끼리 질투해서 상대 영사의 부인과 외도하는 외통부 직원의 개판짖거리는 세계적 웃음꺼리다..얼마전 전 외통부 유모장관이 딸을 자기회사 (외교통상부)에 불법취직시켜 ㅤㅉㅗㅈ겨 나더니 이제는 외통부 전체가 개판이 되었구나..어찌 여기 부서 뿐이랴...대한민국 각 정부부처도 심히 걱정이다..이명박정부는 아직도 고소영과 4대강 에만 미쳐있으니..ㅉ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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