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鄧기념사진 찍은 카메라 기종 소니 DSC-TX1 카메라. 상하이 밀레니엄 호텔 컨벤션홀에서 찍은 김정기 전 총영사와 덩신밍 씨의 기념사진과 정권 주요 인사 연락처는 모두 지난해 6월 1일 이 기종 카메라로 촬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하이(上海) 스캔들’이 복잡 미묘한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중국 여인 덩신밍(鄧新明·33) 씨와 중국 상하이 주재 한국총영사관 영사 3명의 불륜 및 자료유출 의혹으로 시작됐지만 현재는 총영사관 내 권력 암투 문제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사건이 정보기관 음모론 등 마치 영화처럼 전개되는 데는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의 계속된 ‘말 바꾸기’와 부적절한 처신이 주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은 10일에도 김 전 총영사를 사흘째 불러 조사했으나 진술이 오락가락해 사건의 실체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계속된 말 바꾸기
김 전 총영사는 3일 귀국해 ‘정보기관 음모론’을 주장했다. 그는 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일은 나를 제거하기 위한 정보기관의 음모”라며 정보기관 출신 J 부총영사의 실명을 거론했다. 또 김 전 총영사는 “(최초 제보자인) 덩 씨 남편 진모 씨가 사진과 전화번호 등의 자료를 개인적으로 확보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J 부총영사 정도의 ‘프로’가 준비해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9일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 조사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제기한 것이며 실수”라고 해당 주장을 철회했다. 그러다 10일 조사에서는 다시 “J 부총영사 짓”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만에 두 번 오락가락한 셈이다. ○ “사진정보 조작” vs “가능성 낮아”
김 전 총영사는 지난해 12월 상하이의 밀레니엄 호텔에서 덩 씨와 나란히 앉아 사진을 찍었다. 촬영 시점에 대해 그는 “지난해 9월에 찍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사진 정보를 보면 지난해 12월 22일에 찍힌 것이다. 김 전 총영사는 “사진 정보가 조작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진 정보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오승환 경성대 사진학과 교수는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기종, 촬영일자, 셔터 속도 등이 남기 때문에 정보가 남은 파일은 조작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연루 영사들 불만 고조
김 전 총영사의 좌충우돌이 계속되자 사건에 연루된 전 영사들의 불만도 높아졌다. 김 전 총영사는 소명자료에 2008년 당시 신정승 주중대사의 상하이 당서기 면담 성사 배경에 덩 씨가 있으며 이를 P 전 영사가 주선했다는 등 덩 씨 ‘활용사례’를 실명 공개했다.
김 전 총영사는 심지어 “K 전 상무관이 덩 씨를 짝사랑했다”며 “각서뿐 아니라 연서도 썼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K 전 상무관은 “김 전 총영사가 자기 혼자 살기 위해 사실 관계를 왜곡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하지만 K 전 상무관 역시 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상하이 엑스포 입장을 위해 대통령 관련 정보를 덩 씨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가 10일 “대통령 정보가 아니라 사공일 한국무역협회장의 정보”라며 말을 바꿨다.
한편 김 전 총영사는 지난해 5월 상하이 엑스포 방문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영사관 관계자는 “김 전 총영사가 (이 대통령) 숙소로 찾아가 30여 분간 독대했다”고 전했다. 김 전 총영사는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으로부터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상하이=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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