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관 ‘상하이 스캔들’]진실열쇠 쥔 鄧 소재 오리무중… 정부 “中에 조사 요청할것”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1일 03시 00분


① 상하이 주재 한국총영사관 영사 3명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며 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는 중국 여성 덩신밍 씨(오른쪽)가 한 영사와 발을 나란히 하고 찍은 사진.
② H 전 영사가 덩 씨와 함께 ‘해서는 안 될 일’과 ‘해야 할 일’을 나눠서 적어 놓은 한 문건. H 전 영사는 ‘다른 남자와 신체적인 접촉 하지 않기’라는 항목을 적기도 했다.
③ H 전 영사가 덩 씨와 함께 거주한 상하이 자택의 침실. 침대 오른편에 H 전 영사와 다정한 포즈로 촬영한 사진이 들어 있는 액자가 눈에 띈다. ☞ 상하이영사 내연女
① 상하이 주재 한국총영사관 영사 3명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며 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는 중국 여성 덩신밍 씨(오른쪽)가 한 영사와 발을 나란히 하고 찍은 사진.
② H 전 영사가 덩 씨와 함께 ‘해서는 안 될 일’과 ‘해야 할 일’을 나눠서 적어 놓은 한 문건. H 전 영사는 ‘다른 남자와 신체적인 접촉 하지 않기’라는 항목을 적기도 했다.
③ H 전 영사가 덩 씨와 함께 거주한 상하이 자택의 침실. 침대 오른편에 H 전 영사와 다정한 포즈로 촬영한 사진이 들어 있는 액자가 눈에 띈다. ☞ 상하이영사 내연女
‘상하이 스캔들’의 중심인물인 중국 여성 덩신밍(鄧新明·33) 씨가 행적을 감추면서 그의 행방을 찾는 것이 진실 규명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곧 정부합동조사단이 상하이에 와 중국 정부에 공동 조사를 요청할 방침이어서 덩 씨의 소재 파악이 한중 양국 간에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명백한 물증이 없어 자국민에 대한 조사에 중국이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난항이 예상된다.

○ 중국에 덩 씨 조사 협조 요청하기로


정부합동조사단은 13∼20일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현지 조사를 벌인다. 합조단은 총리실을 중심으로 법무부 외교통상부 직원 등 총 10명이 참가한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관계자는 10일 “중국 당국에 덩 씨에 대한 조사를 공식 요청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중국 당국이 이 요청을 받아줄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현지 조사 진행 상황을 보고 요청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진웅 상하이 부총영사는 “조사단이 덩 씨의 중국 조사를 희망하면 관계 기관에 공문을 발송해 덩 씨 조사를 요청할 것”이라면서도 “중국이 응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총영사관의 외교담당 영사는 “덩 씨 조사를 요청하는 것은 외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외교적으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고 국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덩 씨의 신병 확보가 진실규명의 관건임에도 정부 관계자들이 이처럼 중국의 덩 씨 조사 협조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는 덩 씨가 중국 고위층과 관련이 있어 그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경우 중국 고위층 인사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아직 덩 씨의 뚜렷한 범죄 혐의 없이 단순한 ‘불륜 스캔들’만 가지고는 중국 정부가 자국민에 대한 조사를 선뜻 응해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상하이 공안당국이 덩 씨가 상하이 고위층과 관련됐다는 점에서 이미 조사를 벌였던 것으로 알려져 한국 정부의 이 같은 소극적인 태도는 진실규명을 스스로 회피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상하이 공안당국에 자체 조사 결과를 알려줄 것을 요구하는 방안도 한국 정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사실 중국 당국으로선 상하이 특정 고위층 인물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게 껄끄러운 일이다. 내년 18차 공산당 당대표자대회를 앞두고 정치적 입지를 노리는 이들 고위 인사에게는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덩은 어디에?


덩 씨가 현재 주소지가 아닌 제3의 장소에 은둔하고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덩 씨는 상하이 거주지로 자신이 신고한 밍두청(名都城) 빌라와 스마오빈장화위안(世茂濱江花園) 아파트에는 오래전부터 드나들지 않았다는 게 현지인들의 전언이다. 또 덩 씨의 남편 진모 씨의 거주지로 알려진 민항(閔行) 구 진후이난(金匯南)로 진슈장난(錦繡江南) 아파트에도 덩 씨 앞으로 온 우편물이 2월 초부터 쌓여 있다.
없다.

공안당국에 의해 모처로 옮겨져 사실상 연금상태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1월 초 중국 공안이 덩 씨에 대한 조사에 나선 것을 암시하는 e메일이 공개된 바 있다. 하지만 덩 씨가 8일까지도 주변 인물과 통화한 점으로 미뤄 구금이나 연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덩 씨는 신분 노출을 극도로 꺼려 10여 개에 이르는 가명 신분증과 10여 대의 휴대전화 등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덩 씨가 상하이 총영사관으로부터 중복 비자를 받으려 했던 것도 여권이 한 개가 아닌 것과 관련이 없지 않다.

덩 씨는 동아일보 8일자 특종 보도로 이 사건이 알려진 뒤부터 전화를 일절 받지 않는다. 다만, 10일 KBS가 덩 씨의 휴대전화번호로 건 전화를 (덩 씨의) 동생이라고 자신을 밝힌 한 남자가 받아 덩 씨가 상하이에 있다고 말했으나 신뢰하기 어렵다. 한편 올 1월 사표를 내고 중국에 온 것으로 알려진 H 전 영사의 소재도 확인되지 않는다. H 전 영사가 덩 씨와 함께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는다.

상하이=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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