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신밍이 김정기에게서 정관계 인사 전화번호 빼낸 다음날…
鄧이 고문인 스킨푸드 中본사 前이사 민모씨 이름 확인
민모 전 이사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관계 주요 인사 비상연락망. 만든 이와 마지막으로 저장한 사람이 민모 씨로 기록돼 있다.
스킨푸드 중국 본사의 민모 전 이사가 덩신밍 씨와 함께 식당으로 보이는 곳에서 찍은 사진. ☞ 상하이영사 내연女 중국 상하이(上海) 주재 한국총영사관을 뒤흔든 덩신밍(鄧新明·33·여) 씨에게 유출된 것으로 알려진 주요 정치인의 연락처는 한국 기업인으로 추정되는 민모 씨 컴퓨터에서 엑셀 파일로 작성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이 파일에는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를 비롯해 136명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가 담겨 있다.
덩 씨와 함께 사진을 찍은 인사 중 지금껏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던 한 사람은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인 스킨푸드화장품무역 중국 본사의 민모 전 이사로 확인됐다. 또 엑셀 파일 작성에 사용된 컴퓨터 소유자의 이름과 민 전 이사의 이름이 같았다. 따라서 민 전 이사가 덩 씨의 부탁을 받고 자신의 컴퓨터로 엑셀 파일을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덩 씨는 현재 스킨푸드의 고문으로 있다.
동아일보가 엑셀 파일 등록정보를 분석한 결과 이 자료는 지난해 6월 2일 낮 12시 59분 민 씨의 컴퓨터에서 작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날 오후 4시 9분 민 씨는 해당 파일의 내용을 인쇄한 뒤 저장했다. 파일이 작성된 6월 2일은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가 관저에 보관해 오던 MB 선대위 명단 및 국회의원 연락처가 사진으로 찍힌 다음 날이다. 덩 씨 또는 민 씨가 민 씨의 컴퓨터에서 해당 사진을 바탕으로 엑셀 파일을 작성했을 개연성이 높은 셈이다. ▼ 덩씨 e메일에 민모씨 이름 등장… 같은 동네 아파트 구매 문제 논의 ▼ 민씨 “鄧과 한때 동업 구상… 안만난지 6개월 돼”
물론 덩 씨가 민 씨 몰래 민 씨의 컴퓨터를 이용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덩 씨 자료에 민 씨가 여러 차례 등장하는 데다 두 사람이 아파트 구입 문제까지 논의했다는 점에서 민 씨가 적어도 이번 상하이 총영사관 기밀 유출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거나, 더 나아가 덩 씨와 공모해 기밀을 유출했을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덩 씨와 함께 사진을 찍었던 한국인 남성 7명 중 김정기 전 총영사와 K 전 경찰영사, P 전 외교통상부 영사, H 전 법무부 영사, K 전 상무관, O 전 차관 등 6명은 신원이 확인됐다. 반면 민 씨는 지금껏 베일 속에 있었으며 사진 속 민 씨는 식당으로 보이는 곳에서 덩 씨와 나란히 앉아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민씨 이름 나온 덩씨 e메일 덩신밍 씨가 지난달 4일 지인에게 보낸 e메일. 덩 씨는 ‘친애하는 진 총(진 사장), 제가 이 자료들을 정리했으니 만약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표시해주세요’ 라고 적었다. 그 아래에는 자신과 민모 씨, 또 다른 한국인 한 명과 중국인 한 명의 이름을 적고 아파트 동 호수 및 크기를 의논했다. 민 씨의 이름은 덩 씨가 지난달 4일 자신의 지인에게 보낸 e메일에도 등장한다. ‘친애하는 진(陳) 총(總·총경리의 줄임말·총경리는 중국어로 사장이란 뜻)’으로 시작한 e메일의 내용으로 미뤄볼 때 덩 씨는 자신과 민 씨 등 4명의 아파트를 구매하는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덩 씨는 ‘진 총’에게 “대출 은행은 당초 결정된 은행을 이용할지 아니면 우리가 선택한 은행으로 할지를 문의드린다”고 썼다. 덩 씨와 민 씨가 같은 동네의 아파트를 구매하려 했을 정도로 친밀한 사이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 씨는 2000년 이후 줄곧 상하이에서 무역 업무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200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스킨푸드 중국 본사의 이사로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는 2009년부터 덩 씨를 고문으로 고용해 제품 위생 등록 소요기간 단축 등 상하이 시정부를 상대로 한 업무를 맡겨 왔다. 민 씨가 2006∼2008년 근무했던 W건설 중국지사 역시 덩 씨가 한때 근무했던 것으로 현지 교민사회에 알려졌다.
민 씨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때 덩 씨와 함께 사업을 하려다 접었으며 지금은 접촉을 하지 않은 지 6개월이 넘었다”고 말했다. 그는 “덩 씨가 어떤 사람인지는 언론에 보도된 것 외에 알지 못하며 설사 안다고 해도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덩 씨와 함께 아파트를 구매하려 했던 것으로 보이는 덩 씨의 e메일에 대해서도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부인했다. 민 씨는 본보와 통화가 끝난 뒤 휴대전화를 끄고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편 본보는 그동안 계속해서 덩 씨 휴대전화로 연락을 취했으나 덩 씨는 한 번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상하이=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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