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앙된 檢 “손발 묶자는것”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2일 03시 00분


대검 긴급 고검장 회의

대검찰청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6인 소위원회가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 등의 사법제도 개혁 방안을 내놓은 데 대해 11일에도 긴급 고검장회의를 소집하는 등 부산하게 움직였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이날 오전 9시부터 1시간 동안 김홍일 대검 중앙수사부장 등 간부들을 소집해 이번 개혁 방안이 검찰 수사에 미칠 영향과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김 총장은 이 자리에서 “정치인 몇 명이 모여 사법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이런 안을 내놓는 게 무슨 행태냐”며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 5시부터는 조근호 법무연수원장, 차동민 서울고검장 등 고검장급 간부 8명이 참석하는 긴급 고검장회의가 열렸다. 고검장들은 2시간가량 진행된 회의에서 “사전 협의 없이 내놓은 일방적인 입법 추진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 “과연 누구를 위한 개혁이냐”라는 등 일선 고·지검의 격앙된 목소리를 김 총장에게 전달했다. 특히 중수부 폐지 대신 설치되는 특별수사청에 대해서는 “국회가 검찰을 비리 집단으로 몰고 있다” “국회의원을 수사하면 특수청에 고발하겠다는 얘기”라며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를 상대로 한 고소·고발 및 직무비리 사건을 맡게 되는 특수청이 설치되면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사건’처럼 정치권이 연루된 사건을 수사할 때 해당 국회의원이나 정당이 수사검사를 직권남용이나 피의사실공표 혐의 등으로 특수청에 고소·고발해 수사를 방해하는 사태가 우려된다는 것. 검찰 관계자는 “국회의원을 겨냥하는 무기(중수부)를 빼앗고 특수청을 검찰의 손발을 묶는 무기로 삼겠다는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고검장들은 “신중하고 내실 있게 개혁안을 바로잡는 방법을 모색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법원의 조용한 대응과 달리 검찰이 지나치게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면 자칫 역풍(逆風)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검찰의 최고 수뇌부인 고검장회의가 긴급 소집된 것은 △1999년 심재륜 전 대구고검장의 항명파동 △2007년 신정아 씨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빚어진 ‘법-검 갈등’ △지난해 ‘스폰서 검사’ 사건 때 등이다. 검찰이 ‘심각한 위기상황’이라고 인식할 때에만 열렸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