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12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직후 유전 진출에도 관심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처음엔 우리 정부 내에서조차 소극적인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세계 77위의 한국석유공사가 전 세계 석유 메이저들만 진입해 있는 아부다비 유전 시장에 도전장을 낸다는 것은 한마디로 동네 축구를 하다가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우리가 언제 자동차가 있어서 자동차 산업을 일으켰고, 배가 많아서 조선시장에 진출했느냐”며 적극적인 자세를 독려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2월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중심이 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고, 아부다비 측과의 물밑 접촉이 시작됐다. 그러나 아부다비 측은 유전 문제에 관한 한 우리나라의 협상 제의에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협상이 별 진척을 보이지 않자 이 대통령도 고공 지원에 나섰다. 지난해 5월 평소 친분이 깊은 무함마드 아부다비 왕세자가 방한했을 때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 유전 개발의 기회를 주는 게 양국 간 진정한 협력의 출발점”이라고 설득했다. 또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을 아부다비에 특사로 8차례 파견했고 그 편에 7차례 친서를 보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13일 아부다비에서 한-UAE 정상회담 결과 발표 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007 작전을 벌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아부다비 측도 지난해 8월 3개 미개발 유전 광권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걸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곽 위원장과 지식경제부 및 석유공사 관계자들도 UAE 정부 당국자들을 겨울에 국내 스키장으로 초청하는 등 인간적 친분을 쌓는 데 주력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UAE 방문을 앞두고는 밀도 있는 협상이 진행됐다. 이를 통해 3개 미개발 유전 광권에 대한 MOU를 주요조건계약서(HOT)로 좀 더 구체화하고, 최소 10억 배럴 규모의 유전 개발 사업 참여에 대해선 이미 진출해 있는 메이저 회사들과의 이중계약 논란을 피하기 위해 MOU를 맺는 쪽으로 정리가 됐다는 것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칼리파 빈 자이드 알나하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원자력 협력이 원활히 진행되고 있음을 평가하고 앞으로 최고 품질의 원전이 건설될 수 있도록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기로 했다. UAE는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최초의 국제기구가 될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의 녹색성장 추진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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