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가린채 南함정에… 다시 목선 타고 北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8일 03시 00분


■ 北주민 27명 송환

27일 오전 7시 37분 인천 중구 항동 해군 인천해역방어사령부 부두에 버스 1대와 승용차 2대가 멈춰 섰다. 지난달 5일 서해에서 표류하다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남하한 북한 주민 27명이 북한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 등에 나눠 타고 도착한 것이다.

10여 분 뒤 검은색과 회색 점퍼를 입은 10여 명이 내렸다. 이들은 모두 눈가리개를 한 채였다. 이곳이 군부대 안의 해군부두였던 만큼 북한에 알려지면 안 되는 보안시설이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고개를 숙이고 앞 사람의 팔과 어깨, 손을 잡은 채 함정을 향해 걸어갔다. 10분 뒤에는 나머지 주민이 내렸다. 여성들은 목도리와 머플러, 모자 등을 착용했다.

이들은 대부분 별다른 감정의 동요를 내비치지 않은 채 담담한 표정이었다. 오랜 기다림 때문이었는지 일부 주민은 손으로 안대를 살짝 들어 앞을 내다보기도 했다. 버스에서 내린 이들은 정부 관계자들의 근접 호위를 받으며 해군 함정 337호와 297호에 올라탄 뒤 오전 8시경 부두를 떠났다. 해군과 정부 관계자들은 떠나는 함정을 향해 경례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11시경 연평도 해군 부두에 도착했다. 40분 뒤 미리 기다리고 있던 인천해양경찰서의 100t급 경비함 1척에 25명이 승선했다. 나머지 2명은 이들이 남하할 때 타고 왔던 5t급 목선에 올랐다. 이 목선은 해경 경비함과 와이어로 연결된 채 예인됐다.

해경은 낮 12시 40분경 연평도에서 서북쪽으로 약 6km 떨어진 해상에서 경비함에 타고 있던 북한 주민 25명을 모두 목선으로 옮겨 태웠다. 이들은 12시 53분경 NLL을 넘었다. NLL 북쪽 해역에는 북한 경비정 1척이 대기하고 있었다.

27명을 태운 해경 함정이 이날 낮 목선을 와이어로 연결한 채 연평도 해군기지를 출발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7명을 태운 해경 함정이 이날 낮 목선을 와이어로 연결한 채 연평도 해군기지를 출발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남북한은 지난달 5일 조개잡이에 나섰던 북한 주민 31명이 표류하다 남하한 이래 이들의 처리를 놓고 장기간 신경전을 벌였다. 정부 합동신문조는 이들에 대한 한 달간의 조사를 마친 뒤 선장 옥모 씨(38) 등 귀순 의사를 밝힌 4명을 제외한 나머지 27명을 송환하겠다고 이달 3일 북한에 통보했다.

이어 정부는 4일 주민 27명을 판문점 인근에 대기시키며 북한 송환을 시도했다. 그러나 북한은 귀순자 4명이 생긴 것에 대해 ‘남측의 귀순공작’ 운운하며 전원 송환을 요구했다. 북한은 적십자 실무접촉 개최를 제안하며 귀순자 4명과 이들의 북측 가족 간 대면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귀순자 대면접촉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결국 북측이 27명을 우선 돌려보내라고 태도를 바꾸면서 남북은 17일 서해를 통한 송환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들이 타고 온 목선이 고장을 일으킨 데다 서해에 풍랑이 일어 송환이 열흘이나 늦춰졌다.

귀순자 4명은 현재 ‘대성공사’로 알려진 정부의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2차 합동신문 과정을 밟고 있다. 귀순자 4명은 이곳을 거쳐 탈북주민 정착지원센터인 하나원으로 들어가면 대한민국 국민으로 신분이 바뀐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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