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표적 매파 조지프 前차관 “그 돼지는 살이 더 쪘고, 북핵위기도 더 커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9일 03시 00분


“北 비핵화는 돼지가 날기 전까지 불가능”

“돼지의 살은 더 찌고 날개는 짧아진 셈이다. 이후 북한 핵 프로그램은 더 확장됐다. 북한은 우라늄을 농축하고 이를 이용한 핵무기 제조를 시도하고 있지 않은가.”

2006년 “돼지가 하늘을 나는 날이 오면 모를까(Not until pigs fly),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9·19 공동성명을 이행할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던 로버트 조지프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담당 차관(사진)은 27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악화된 북한 핵 문제를 이렇게 비유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26일 방한한 조지프 전 차관은 “북한의 대외 도발도 심해졌다. 지난해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로 한국 장병과 시민들이 사망한 사건이 단적인 사례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핵무기가 생존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북한이 깨닫도록 국제사회가 외교와 압박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며 “특히 도발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지프 전 차관은 2001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과 동시에 백악관에 합류한 뒤 국무부로 옮겨 2007년 사임할 때까지 강경한 대북 정책을 주장했던 대표적 ‘매파’로 분류된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변화 기류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대화를 위한 대화는 소용이 없다. 실패한 방법을 다시 사용하면 또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이어 “북한이 플루토늄과 우라늄 핵 개발을 계속하면서 식량 등 원조를 받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지프 전 차관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압력을 받고 핵개발을 포기한 리비아의 교훈을 북한에 적용할 수 있다”며 그 실행 방안도 제시했다.

“당시 국제사회가 리비아에 했던 것처럼 우선 북한에도 핵개발의 심각성을 주지시켜야 한다. 나아가 전략적으로 행동하고, 상대방이 도발할 경우 대응하겠다는 준비를 해야 한다. 아울러 비핵화 약속을 효과적으로 검증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는 “북한을 설득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임에 틀림이 없다”면서도 “북한이 주변국의 양보를 얻어내면서 핵개발을 계속할 수 없도록 조건을 바꿔나가면 성공할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조언했다. 또 “대북정책 담당자들 간에 접근법이 다를 수 있지만 비핵화라는 목표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임자들의 성공과 실패 경험을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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