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 ‘국방개혁 307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왼쪽) 연합뉴스. 지난해 8월 열린 국방정책설명회에 참석한 예비역 장성들.(오른쪽) 동아일보 DB
이명박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국방개혁 307계획’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국방부, 예비역 간의 갈등 기류가 심상치 않다. 이달 초 대통령 재가 이후 들끓던 군 안팎의 여론이 23일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예비역들의 모임을 계기로 표출되면서 급기야 28일엔 청와대가 예비역 반발의 배후로 군 내부 반대세력을 지목하며 강경 대응 방침까지 천명했다.
실제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국방부 내에서 다른 건의를 하거나 지연 또는 방해하는 세력은 그 자리에서 인사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비역 장성들의 비판은 어디까지나 조언이자 참고사항일 뿐 국방개혁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돼선 안 되며, 군 통수권자의 개혁 의지가 확고한 만큼 여론 분열과 혼란 양상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와 국방부는 앞으로 현역 지휘관 등 군 내부의 개혁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국방개혁 법제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국방개혁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현재로선 이 대통령이 예비역들을 만나기에 앞서 여론 형성 등 사전 정지작업이 필요하다”며 “대통령과 예비역의 직접 대화는 그때 가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예비역들이 이 대통령을 만나서도 국방개혁에 끝내 반대하는 상황이 빚어질 경우 군 통수권자로서의 위상과 체면에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예비역들의 반응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이 대통령이 예비역들을 직접 만나 국방개혁의 취지를 설명하고 오해를 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분명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있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선 반신반의하고 있다.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 각 군 참모총장을 지낸 예비역 장성들의 반발이 생각했던 것보다 거세지자 청와대가 이를 무마하고 국방개혁의 명분을 싣기 위한 ‘겉치레 행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공군참모총장을 지낸 한 예비역 장성은 “제한된 시간에 군 통수권자와 예비역들 간에 국방개혁의 핵심 현안에 대한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뤄지기 힘들다”며 “대통령 및 청와대 참모들과 상부지휘구조 개편에 대한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예비역 장성들은 “이 대통령이 예비역들을 직접 설득하기에 앞서 예비역들을 국방부와 현역 군인들에게 압력이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방개혁의 장애물’로 보는 청와대의 삐딱한 시각을 바꾸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지적했다.
예비역 장성 모임인 성우회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때도 정부와 군 당국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반대한 예비역들을 폄훼하고 비난하며 ‘번복은 있을 수 없다’고 했지만 현 정부에선 전작권 전환이 연기됐다”면서 “오랜 군 생활의 경륜을 갖춘 예비역들의 충정어린 조언을 무턱대고 비난하기보다 경청하는 자세를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청와대와 예비역 사이에서 양쪽의 눈치를 살피며 사태 진화에 부심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청와대로부턴 예비역들의 국방개혁 반발을 부추긴 배후로 의심받고, 예비역들로부턴 군을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간다는 비난을 동시에 받는 난처한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28일 오전 예정에 없던 국방개혁 설명회와 기자회견을 열어 1시간여 동안 예비역들의 비판을 항목별로 반박하며 강력한 국방개혁 추진 의지를 밝힌 것도 이 같은 기류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앞으로 국방개혁을 둘러싼 갈등 사태가 확산돼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경우 개혁과정을 원활하게 이뤄내지 못한 국방부의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군 고위 소식통은 “국방부가 오늘 설명회에서 개혁 추진 과정에서 예비역들을 포함한 군 안팎의 여론 수렴이 부족했음을 인정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국방부가 오로지 위만 보고 국방개혁을 일사천리 식으로 강행하면서 초래될 부작용과 후유증을 간과했다는 지적이 군 내에서도 많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 군령·군정권, 합동·통합군 ::
군을 통솔하는 권한은 군령권(軍令權)과 군정권(軍政權)으로 나뉜다. 군령권은 작전 수립, 전투·전쟁 개시, 전력 투입 등 작전을 지휘하는 권한이다. 군정권은 군대 유지, 군비 조달, 무기·장비 획득, 인사 등 군사 행정에 관한 권한이다. 현재 합동군 체제인 한국군은 합참의장이 군령권을, 각 군 참모총장이 군정권을 각각 총괄하고 있다. 반면 통합군 체제에서는 군정권과 군령권을 일원화해 통합군사령관이 모든 것을 총괄한다. 이에 따라 군 지휘의 일원화와 효율성은 있지만 지나친 권력 집중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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