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8일 기업과 이익단체가 정당에 정치후원금을 낼 수 있도록 정치자금법(정자법)을 고치려는 중앙선리관리위원회의 내부 기류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깨끗한 정치를 하자는 취지에서 지금의 법이 (2004년에) 마련됐다”며 “정치권과 국민이 함께 노력한 사안을 두고 정치인이 조금 힘들다는 이유로 다시 과거로 돌리는 것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중앙선관위는 21일 내부회의를 거쳐 정치후원금 조달을 바짝 죈 정자법(이른바 ‘오세훈 법’ 조항)을 수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선관위의 1차 검토의견에 따르면 정당은 선관위를 통해서 연 1억5000만 원 이내에서 기업이나 노동조합 등 이익 단체로부터 후원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또 정당후원회도 부활해 중앙당은 연 50억 원 한도에서 후원금을 개인에게서 모을 수 있게 된다. ▼ “국민 눈높이 무시한 정치개악”… 靑 ‘정치권의 청부입법’ 의구심 ▼
청와대는 27일 임태희 대통령실장 주재로 회의를 열고 선관위 내부 검토안에 대한 반대의사를 공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 핵심
관계자는 “중앙선관위가 4월 4일 전체회의를 열어야 공식 입법안이 나오지만 그 전에라도 민심과 동떨어진 흐름을 차단하자는 의견이
강했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중앙선관위가 정자법 개정안을 확정지으면 이 안은 국회에 제출돼 심의 절차를 밟게
된다. 이런 기류에 따라 정진석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28일 점심시간에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국민 눈높이를 무시하는 ‘정치
개악’은 어떤 명분으로도 성공할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같은 글에서 “최근 보도된 선관위의 정치자금법 의견은 공식입장이 아닐
것이다. 선거 공영제나 다름없는 현행 제도가 잘 정착돼 가는 마당에 ‘돈 쓰는 선거’로 회귀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말도 했다.
청와대는 이 법을 여야 정치권이 아니라 중앙선관위가 나서서 고치려는 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정치권이 ‘자신의 돈
주머니’를 채우는 문제를 직접 들고 나올 때 받게 될 비판을 의식해 선관위를 활용하려 한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선관위는 동의하지 않겠지만 정치권의 ‘청부 입법’이라는 인상이 짙다”고 했다. 청와대의 이런 강경 태도에 따라
중앙선관위도 관련 검토안 철회 등 다각도의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지난달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한 단체가 1인당 연 10만 원 이하로 쪼개서 후원금을 주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 정치자금법 관련 조항 삭제를
의결한 직후에도 이명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거론하면서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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