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한국病이다]<4>“대만서도 주먹다짐 하지만 보좌진 동원은 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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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9일 03시 00분


■ 대만인들이 본 한국국회

“우리 대만 의회에서도 한국처럼 보좌진이 의원들의 회의장 출입을 막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럴 수는 없어요.”

대만의 의회 폭력을 취재하기 위해 만난 정치인과 학자들은 지난해 12월 한국 국회에서 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벌어진 유혈충돌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보좌진과 사무처 당직자가 의원들의 본회의장 출입을 물리력을 동원해 막았다는 사실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민주진보당 첸잉 의원은 “의원이 아닌 보좌진이 의원의 몸에 손을 대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의원들이 몸싸움을 할 때 보좌진이 옆에서 다른 당 의원들을 향해 소리 지르는 일은 있지만 출입을 막지는 못 한다”고 말했다. 국민당 차오얼중 의원도 “몸싸움은 의원들이 주로 회의장 단상을 둘러싸고 싸우는 것이지 다른 사람은 참여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만 의회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보좌진에 대한 임면권이 의원에게 있지만 몸싸움에 동원하지 않는 게 하나의 금기라는 게 대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일부 학생은 한국 정치가 대만처럼 지나친 폭력으로 인해 변질되는 게 아니냐고 기자에게 물었다. 대만대 정치학연구소 석사과정 옌밍난(顔銘男) 씨는 “매스컴을 통해 한국 국회의 폭력행위를 보면서 한국도 민주화 과정에서 정치가 많이 폭력화됐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고 말했다.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는 동급생 류황밍(劉晃銘) 씨는 “대만과 한국은 의원들의 자질과 수준이 거의 같다는 생각”이라며 “한국의 국회 폭력 장면을 보면서 저기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대만대 국가발전연구소에서 박사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유학생 장영희 씨(38)는 “대만 국민은 한국의 국회폭력을 보며 낯설게 여기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국이든 대만이든 의회 폭력은 민주주의가 미성숙하다는 징표라는 지적도 나왔다. 왕예리 대만대 정치학과 주임교수는 “시민사회가 불량의원을 떨어뜨릴 수 있도록 성숙하고 발전하면 의회폭력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타이베이=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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