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손학규 대표(왼쪽)가 30일 오후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동료 의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 성남 분당을 지역의 4·27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손 대표는 “새로운 나라에 대한 국민의 희망을 확인하고자 중산층의 대표지역인 분당을에 출마한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30일 경기 성남 분당을(乙)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분당을이 4·27 재·보궐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천당 아래 분당’이라 불리는 ‘텃밭’을 내놓을 수 없다는 각오여서 분당을 둘러싸고 양당 간 사활을 건 승부가 불가피해졌다.
○ 최대 시험대에 선 손학규
민주당 내에선 손 대표의 분당을 출마 선언은 시기의 문제였을 뿐, 피해갈 수 없었다는 분석이 많다. 그간 후보 영입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25일 측근인 신학용 의원이 “분당은 사지(死地)”라며 주장한 불출마론이 되레 당 대표가 희생을 감수하지 않으려 한다는 당내 비판여론에 부닥치면서 출마로 급선회했다는 후문이다. 한 측근 의원은 “2008년 당 대표로서 서울 종로로 지역구를 바꿨다가 이번에 다시 당 대표로서 분당을에 출마하는 것은 그야말로 당을 위해 십자가를 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대표 개인으로선 지난 대선을 앞둔 2007년 3월 한나라당을 탈당한 이후 최대 승부수다. 손 대표가 한나라당 텃밭인 분당에서 승리를 거머쥔다면 그의 지지율이 급반등하며 명실상부한 야권의 대표주자로서 확고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 그러나 반대의 결과가 나오면 대권 가도의 탄력성이 급속히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 달 가까이 좌고우면하다 후보를 만들어내지 못해 떠밀려 출마해 낙선했다는 비판 여론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 당직자는 “이번 선거는 손 대표에겐 야권 대선후보 경선만큼의 무게를 갖는다”고 분석했다.
당내에선 손 대표의 분당을 출마를 계기로 4·27 재·보선이 대선 예비주자들의 각축장으로 변모했다는 평도 나온다.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와 세 곳의 국회의원 재·보선이 치러지는 4곳 가운데 전남 순천을 제외한 3곳에 대선 주자들이 직접 출마 또는 선거지원에 나서면서 이들의 잠재력을 평가하는 전초전 성격을 띠게 됐기 때문이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경남 김해을 총력 지원에 나선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에서 단일 야권후보를 만들어내지 못하거나 내놓고도 패할 경우 ‘친노(친노무현) 적자(嫡子)론’에 타격을 입게 된다. 한나라당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특위’ 고문 자격으로 강원도지사 보궐선거 지원에 나선 박근혜 전 대표가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 한나라 “분당으로 분당(分黨)될라”
손 대표의 결단으로 한나라당은 당혹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공천=당선’이란 판단 아래 공천을 놓고 벌인 여권 내부의 자중지란 끝에 선거판세가 바뀌었다는 뒤늦은 한탄도 나왔다.
당장 당내에선 동반성장위원장직 사퇴 논란과 신정아 씨의 폭로 등으로 물 건너가는 듯했던 정운찬 전 국무총리 카드가 다시 살아날 조짐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지금으로서는 정운찬 카드를 다시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분당을 예비후보로 등록한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는 손 대표의 분당을 출마 선언 직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 전 총리도 좋고 대한민국 누구도 좋으니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가상대결 여론조사를 통해 누가 경쟁력이 있는지 조사해 달라”며 ‘여론조사 경선’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소위 실세, 당 지도부 일부는 조직적이고 끈질긴 정치적 음모를 중단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정 전 총리에 대한 전략공천 움직임에 선제공격을 가한 것. 강 전 대표는 ‘공천과정에 문제점이 발생하면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느냐’는 질문에 “정치인생을 걸고 좌시하지 않겠다”면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당 관계자는 “분당 때문에 당이 분당될 지경”이라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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