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30일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하면서 후속조치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최근 며칠 동안 백지화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던 김해공항 확장에 대해서도 불편사항이 무엇인지를 조사하겠다는 방침만 내놓았을 뿐 ‘확장’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꺼내지도 않았다.
교통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동남권 신공항이 현안으로 떠올랐던 2007년 말과 현재 교통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2007년 말 당시 국토연구원은 “김해공항은 2025년 연간 활주로 운항횟수가 포화 상태에 이르러 새 공항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후 정치인들은 앞다퉈 동남권 신공항을 공약으로 쏟아냈고 지역주민들의 기대도 커졌다. 하지만 현재는 KTX 경부선이 완전 개통돼 포항과 울산 사천 등 영남권 공항들은 ‘KTX 효과’로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지난해 11월 KTX 2단계 개통 후 두 달 만에 김포∼울산 노선 이용객은 전년 대비 35.4%, 김포∼포항 노선 이용객은 전년 대비 13.2% 각각 줄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2009년 김포 제주 김해공항은 모두 1541억 원을 벌었지만 나머지 공항들은 모두 480억 원의 적자를 냈다. 3개 공항에서 얻은 수익으로 나머지 11개 지방공항의 적자를 메웠다. 국내선 이용객 감소로 3개 공항을 제외한 나머지 지방 공항의 경영 전망은 밝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이날 김해공항 확장론에 대해 “영남지역 공항이 국제선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문제가 있을 경우 보완 대책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며 국제선 수요를 강조한 것 역시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악화된 영남권 여론을 달래기 위해 공항 대신 동남권 KTX를 조기 착공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대구∼마산·진주 노선과 경북 내륙 노선 등 동남권 KTX로 공항 수요를 분산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이 드는 데다 다른 지역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