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백지화’로 결론 나자 영남권 5개 시도는 “지역민의 여망을 저버린 정부 결정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경남 밀양시 하남읍을 후보지로 내세웠던 대구 울산 경남·북은 영남권이 한목소리를 내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워하고 있다. 부산은 김해공항을 가덕도로 이전하는 방안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반면 환경운동연합은 “이번 발표는 환경에 악영향이 크고 사업성도 없는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음을 정부가 뒤늦게 고백한 셈”이라며 백지화를 우회적으로 환영했다. ○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자체적으로 추진
허남식 부산시장, 제종모 부산시의회 의장, 신정택 부산상의 회장, 서의택 동북아허브공항포럼 회장 등은 30일 오후 부산시청 9층 브리핑룸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발표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허 시장은 “새 국제공항 건설을 바라는 부산시민들의 여망을 끝내 외면한 입지평가위원회의 결정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부산시가 자체적으로 김해공항을 가덕도 해안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김해공항 확장이나 개선 방안은 실효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해공항은 소음 피해 때문에 24시간 운영이 어려워 여객 및 물류수송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2002년 4월 김해공항에 착륙하려던 중국민항기가 기상악화로 돗대산에 추락해 129명이 숨지면서 신공항 건설의 필요성이 절실했다고 허 시장은 설명했다.
신 회장은 “동남권 신공항은 24시간 운항이 가능한 안전한 공항을 바라는 염원에서 시작된 것인데 정치적 셈법에 휘둘려 백지화된 것은 국가 발전의 큰 걸림돌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는 “1990년부터 추진해 왔던 신공항 문제를 현 정권이 한순간 백지화해 버렸다”며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정권에 대해 부산 민심이 폭발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대(對)국민 약속을 저버린 대통령은 사과하고, 정부 신뢰를 추락시킨 국토해양부 장관과 지역싸움에 앞장섰던 지역 국회의원은 사퇴하라”라고 촉구했다. 바른공항건설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는 31일 부산시청 분수광장에서 대규모 규탄집회를 열 예정이다. ○ 영남권이 한목소리를 냈어야…
대구와 경북지역에서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며 허탈해하고 있다. 특히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신공항 백지화는 지방 현실을 너무도 모르는 수도권 중심 논리에 결국 좌초된 것”이라면서도 “영남권이 한목소리를 냈더라면 사정이 달라졌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백지화됐을 경우 강력 대응하겠다던 당초 태도와는 달리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김범일 시장은 “백지화 결정은 영남권 전체 주민의 염원을 저버린 것”이라며 “결과에 좌절하지 않고 신공항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관용 지사는 “백지화 이야기가 흘러나올 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며 “주민들에게 ‘지방에 사는 것이 죄’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영남권 5개 광역자치단체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의견을 보였다.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동남권 신공항이라는 국가의 중요한 정책결정이 정치논리에 좌초됐다”며 “남부권 2000만 주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엄용수 경남 밀양시장은 30일 정부의 신공항 건설 백지화 발표에 반발해 시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시 관계자는 “정부에 강한 불만의 뜻을 나타낸 것으로 실제 시장 직을 사임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밀양시는 31일 공식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박광길 동남권 신공항 밀양유치추진단장은 “정부가 백지화 가닥을 잡아놓고 짜맞추기식 평가와 발표를 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어떤 방식으로 다시 추진할 것인지를 차분하게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밀양=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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