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단계 평가 100점 만점에 50점 돼야 합격… 밀양 39.9 - 가덕도 38.3점… 한참 밑돌아
정부가 30일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계획을 백지화한 것은 후보지인 경남 밀양이나 부산 가덕도에 새 공항을 지어봤자 실익이 없다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공항을 만들더라도 개항 시점에 항공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아 ‘유령 공항’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박창호 동남권 신공항 입지평가위원회 위원장도 이날 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모두 불리한 지형조건으로 인한 환경 훼손 우려가 크고 사업비가 과다하고 경제성이 미흡하다”고 강조했다.
○ 밀양, 가덕도 모두 기준점 이하
평가위는 밀양과 가덕도에 대해 2단계 평가를 계획했다. 공항건설이 가능하려면 1단계 절대 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50점 이상을 받아야 그 다음 상대 평가인 2단계로 넘어간다. 평가위는 이날 밀양과 가덕도의 신공항 입지 절대평가 결과를 각각 39.9점과 38.3점으로 발표했다. 두 후보지 모두 1차 평가도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가중치가 40점으로 가장 높았던 경제 부문에서 두 곳 모두 사실상 낙제점을 받았다. 가덕이 12.5점, 밀양이 12.2점을 받았다. 경제성이 거의 없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공항운영 부문(가중치 30점)에서는 가덕이 13.2점, 밀양이 14.5점을 받았다. 사회·환경 부문(가중치 30점)에서는 가덕이 12.6점, 밀양이 13.2점이다.
이번 평가에 앞서 국토해양부와 평가위원회가 경제성에 가장 높은 비중을 뒀을 때부터 백지화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2009년 12월 국토연구원이 내놓은 분석 보고서에서는 밀양의 편익대비 경제성(B/C)이 0.73, 가덕도는 0.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이미 경제성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웠다. B/C가 1보다 낮으면 건설비용 대비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 사전에 백지화를 염두에 두고 평가가 진행됐다는 ‘사전 각본설’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이런 분석을 강력히 부인했다. 박 위원장은 “다른 공항도 경제성에 비중을 많이 두는 만큼 백지화를 염두에 둔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 재추진은 불투명
항공 전문가들은 경제성 측면만 놓고 볼 때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다시 추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입을 모으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의 총 사업비는 밀양과 가덕도 모두 각각 10조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B/C가 0.7이라는 뜻은 10조 원을 투자했을 때 7조 원 정도의 이익을 얻는다는 뜻이다. 박 위원장이 “공사비가 7조 원 밑으로 내려가거나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올라가면 추진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하지만 지방 공항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해마다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KTX 등 새로운 교통수단의 등장으로 공항 이용객이 점차 줄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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