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백지화]“MB 탈당요구 거세… 정치적 책임져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31일 03시 00분


■ 한나라 영남 의원들 직격탄

정부가 30일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를 결정하자 한나라당 영남권 의원들은 말 그대로 ‘폭발’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해 ‘정치적 책임’ ‘레임덕’ 등의 격한 말을 사용하며 ‘탈당’ 요구까지 서슴지 않았다.

신공항의 경남 밀양 유치를 주장해온 한나라당 유승민 이해봉 이한구 박종근 주성영 의원은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공약을 지키지 않은 이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하고 응분의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그동안 신공항 백지화를 주장했던 정부와 청와대 및 여당 관계자들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며 “대구지역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한구 의원은 “이번 결정으로 이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일각에서 탈당설이 나오는데 영남권 의원들이 탈당할 필요는 없고 청와대가 그만두면 된다”며 이 대통령의 탈당 가능성을 재차 거론했다.

가덕도 유치를 주장해 온 한나라당 부산지역 의원들은 이날 오후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주무 장관인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의 경질을 요구했다. 박대해 의원은 “한나라당 탈당도 불사하겠다”며 반발했다.

밀양이 지역구이자 친이(친이명박) 직계인 조해진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대선공약으로 추진됐던 사업을 이렇게 만든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의 진용을 새로 갖추어야 한다”며 대통령 참모진에 대한 인적 쇄신을 요구한 뒤 “이명박 정부에서는 신공항 유치가 좌절됐지만 내년 총선 공약으로 다시 내걸어 다음 정부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입지평가 결과는 한편의 ‘국민 기만 쇼’를 보는 것 같다.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질 것이고, 대통령의 권위는 조롱의 대상이 되고 말 것”이라고 꼬집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하는 대신에 대구경북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을 일부 배정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대구경북 지역을 달래기 위해 충청권에 공약한 과학벨트를 떼어준다는 것은 이이제이(以夷制夷·적들끼리 싸움 붙임) 책략”이라고 지적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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