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분당大戰’ 박빙… 본보 여론조사 결과에 여야 희비

다급한 한나라 “이러다 0:3 참패할 수도”고무된 민주당 “30, 40대 잡으면 해볼만”

4·27 경기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전현직 대표 간 맞대결 구도로 흐르면서 양당은 ‘분당 대전(大戰)’에 당의 명운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공천 분란으로 출발이 늦어진 데다 여론조사 흐름도 심상치 않은 것으로 나타나자 뒤늦게 비상이 걸렸다. 민주당은 예상외의 선전(善戰)을 다른 지역의 승세로 이어가겠다며 속도를 내고 있다.

○ 다급한 한나라당

한나라당에서는 분당을 지키지 못하면 가뜩이나 내년 총선이 걱정인 수도권 의원 전체가 패닉 상태에 빠질 것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당 지도부가 돌고 돌아 사실상 강재섭 전 대표 공천으로 기운 것도 더는 공천을 지연시킬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1일자에 보도된 동아일보의 긴급여론조사 결과는 한나라당을 더욱 다급하게 만들었다. 지난달 30일 출마선언을 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이 단숨에 40%가 넘은 것으로 나타나자 ‘최고의 안전지대’마저 참패의 지진을 피해가지 못할 것이라는 공포가 한나라당을 엄습하고 있다. 강원도지사와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고전하고 있는 한나라당으로선 ‘0 대 3’이란 최악의 시나리오를 떠올리기에 충분한 상황이 된 것이다.

1일 예정에 없던 최고위원회의가 소집된 것은 이 같은 비상상황을 맞아 조속히 분당 공천 문제를 매듭짓고 본격 선거전에 돌입하기 위한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 여론조사 경선 방식을 통해 사실상 강 전 대표를 공천하기로 했지만, 당 지도부 간에 쌓인 앙금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서도 강 전 대표를 지지한 나경원 최고위원이 회의실로 들어서자 홍준표 최고위원이 “어, 강재섭계다”라며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이에 나 최고위원이 “나는 원칙계다”라고 응수하자 김무성 원내대표는 “원칙으로 해결되지 않는 걸 해결하는 게 정치”라고 받아쳤다. 급기야 김 원내대표는 “상식으로 하는 게 원칙 아니냐”는 나 최고위원에게 “정치를 좀 더 배워야 한다”고 꾸짖듯 말했다. 최고위원들 간의 날선 대화는 분당 공천의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 고무된 민주당

손 대표 진영은 “강 전 대표라면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실제 본보 조사에서도 △강 전 대표 44.3% △손 대표 42.7%로 오차범위(±4.4%포인트) 내에서 박빙의 접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30, 40대 직장인들의 투표율. 본보 조사에서 손 대표는 30대에서 72.6%의 지지를 얻어 강 전 대표(9.8%)를 압도했다. 40대 지지율도 손 대표가 47.4%로 강 전 대표(42.4%)를 근소한 차지만 앞섰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투표 당일 분당∼양재 도로가 막히지 않기만을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표일에 서울 출퇴근길이 순조로우면 직장인들의 투표율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손 대표는 ‘제2의 강남’으로 불리는 이 지역 젊은 유권자들의 정서를 어떻게 파고들지 고심하고 있다. 당론인 ‘아파트 리모델링 활성화’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세부 공약대결로 흐를 경우 여권에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고 보고 대권주자로서의 비전을 강조하겠다는 생각이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